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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드 파크 12

새로운 위스키를 알아나가는 재미는 이제는 먼 과거가 돼버린 음반 구매의 행복한 과정과 닮아 있다. 눈과 귀에서 눈과 코 입으로 바뀌었을 뿐, 상상하고 셀레이고 고대하며 집에 돌아와 패킹을 뜯는다. 라벨을 읽고 색을 보며 고유한 향을 상상한다. CD안의 북클릿을 보며 헤드폰에서 첫 곡이 흐른다. 처음 접하는 생경함은 온 감각에 자극을 준다. 위스키는 록음악과 닮았다. 많이 마시지 않아도 머리를 휘감는 짜릿한 자극이 좋다. 점점 나의 위스키 취향을 알아가고 있다. 나는 풍미가 진한 위스키를 좋아한다. 아직 아일레이 위스키를 접해보지 않았지만, 거기까지 가기도 전에. 하이랜드 파크 12와. 탈리스커 10에 꼿혀 버렸다. 둘 다 가성비 좋고 확실한 개성에 밸런스 까지 갖췄다. 스코틀랜드 최북단 오크니 섬에 있는 하이랜드 파크 증류소는 왠지 더 깨끗할 것 같다. 스모키향이 아주 강하진 않지만 묵직한 존재감이 잘 살아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절묘한 조화다. 묵직한듯 산뜻한듯. 혀의 자극이 오락가락 하는 밀당의 고수다. 수려하지 않으나 정체성이 확실하다. 다품고 있는 현모양처 같은 중도. 19살 노량진 대로에서 나의 지포라이터 기름 냄새가 좋다던 그녀도 분명 이 위스키를 좋아할 거야 란 밑도 끝도 없는 생각에 당혹스럽다가도 위스키가 과거를 회상하기에 참 좋은 방아쇠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스모키 향이 가진 마법이 아닐까. 근원의 향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