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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ing to Texas 3

매일 아침이 정말 좋았다. 나이가 들수록 아침에 일어나는게 힘들지 않다. 더더욱 텍사스의 아침은 탁틔인 풀밭에 맺힌 이슬이 싱그러워, 매일 촉촉한 풀을 밟으며 아침을 먹으로 가는게  즐거웠다. 아침의 커피와 사과는 몸을 깨운다. 맑은 공기와 뜨거운 샤워로 하루를 연다. 한낮의 더위가 오기전 이 아침이 유독 그립다. 이런 아침이라면 전원생활의 무료함은 절대 없다. 하늘과 땅. 새와 별이 마음을 분주하게 했다. 더불어 언어의 곤혹이 쉼없이 이어졌다. 언어로 인한 정신적인 퇴행은 쉽게 적응하기 힘들었다. 나는 노출되어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숨고 싶었다. 한달이 지나니, 몸은 둔해져 있었다. 점심, 저녁 식사를 샐러드 바 위주로 바꿨다. 채소 위주로 식사하니 몸은 확실히 가벼워진다. 이때 즐겼던 조깅은 너무나 완벽했다. 달리기의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그리고 이상기후도 즐거움의 한 몫 이었다. 유독 그해는 비가 많이 오는 거라 했다. 그렇게 많은 천둥과 번개가 치는것도 신기하고 토네이도가 지나간 자리는 분노한 킹콩이 지나간 흔적 같았다. 그날도 하늘이 범상치 않았다. 세찬 바람과 저 멀리 뭉텅구름에선 번쩍번쩍 난리도 아니었다. 비가 흩내렸고 들판에 나오니 머리위 낮은 구름도 요동쳤다. 달리기 구간엔 나무 하나 없는 들판을 한동안 지나야 하는데, 번개 맞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참 스릴넘치는 달리기 였다. 경이로운 대 자연의 작용을 몸으로 만끽하며 죽지 …

Going to Texas 2

이 길을 달리고 대지를 음미하며 숨을 고르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 행복했다. 태양이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며 황금빛으로 변할때 이 땅의 모든 생명이 기쁨으로 물결쳤다. 빛과 어둠 생성과 소멸의 교차점에서 자연의 환희를 경험한다. 이토록 넓은 대지에서 덩그러니 홀로 달리다 보니 그 옛날  살았을 인디언 들의 숨결이 느껴졌다. 아메리카 들소와 원주민들이 이렇게 한가롭게 들판을 거닐었으리라. 영화나 사진속의 인디언들의 이미지가 아닌, 내가 처음 본 만나 본 인디언은 이랬었다. 십여년 전 유타주의 윈도우 록 이란 지명의 제일 큰 마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잔 적이 있었다. 필연히 이곳을 들르게 된 이유는 연료 경고등은 들어왔는데 찾아간 주유소는 폐쇄되었어서 궁여지책으로 지도상 가장 가까운 마을인 윈도우 록 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막의 인디언 보호구역내 다 쓰러져가는 트레일러들이 띄엄띄엄 널부러져 있었고 두려움에 점점 눈물이 쏟아질 심정이었다. 황폐한 이런 길 상에서 차가 선다면,, 마음이 다급해서인지 가속 페달을 더욱 밟게 되었는데 이성의 한켠에선 기름이 더 소모될거야. 이러다간 꼭 좀비들이 출몰할듯한 데서 밤을 세워야 할거야. 감정의 폭발이 극에 달할 무렵 조금은 마을이 눈에 보일 듯 싶더니, 또 하염없이 가야 했다. 지도상의 손톱 반 만한 거리가 이렇게나 길 줄이야. 이런 망할. X 됐다. 를 연발할 무렵. 주유소와 마트, 몇몇 가게들이 …

Going to Texas 1

텍사스의 드넓고 탁 틔인 들판을  처음 보았을 땐 황량함 그 자체였다. 십여년 전, 나는 텍사스 주, 북부 (프라이팬 손잡이 처럼 튀어나온 모양이래서 팬 핸들이라고 불린다) 를 자동차로 지나고 있었다. 이곳을 지나는 동안에 본 것이라곤 광활한 황토색 땅 위에 펼쳐진 거대한 소 사육장. (푸른초원의 목장과는 사뭇 다른) 과 수많은 석유 시추기가 끄덕대는 풍경이었다. . 셀 수 없는 쇳덩이 탑들이 군집을 이뤄 펼쳐졌다. 이것들은 인디언 보호구역의 처참한 생활상과 함께 미국의 맨 얼굴 이자 이면의 진실이었다. 탐욕적인 속내의 풍경이리라. 거대함, 막대함, 비인간적. 지구의 풍경이라기 보단 외계의 모습같은 기이함에 몸서리 쳐졌다. 자국내에서의 석유 생산량도 내가 본 풍경처럼 많을 텐데 중동에 개입하여 석유 이권에 개입하는 꼴 사나움. 쯧쯧 있는 놈이 더 한다는 씁쓸함이 입맛을 적셨다. 가축이 아닌 사료처럼 생산되는 소들의 거대한 수용소 역시. 몇일 내내 퀭한 눈으로 시속 100킬로미터로 멀리서나마 스스슥 지나쳤지만 그 광경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훗날 뉴스에서 미국산 소의 광우병 우려에 대한 자료화면속의 영상과 비슷했다. 다시 방문한 미국에서, 텍사스주에 3개월을 체류했다. 십여년 전 내가 보았던 텍사스 와는 정 반대의 곳 이었다. 희뿌연 인천공항을 뒤로하고 쾌청한 달라스 포트워스 공항에 13시간만에 착륙했다. 내가 절실하게 느낀건 예전같지 않은 비행기 타기의 힘듬이었다. 이코노미클래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