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클라우드
그날은 옆지기의 생일이었다. 또한 박근혜가 드디어 청와대 관저를 나온 날이다. 청와대가 훤히 보이는 자리에 앉아 느긋한 식사를 하면서 나는 온 우주의 기를 모아 살을 날렸다. 천천히 잘근잘근 씹으며 관저를 노려보았다. 나긋한 분위기 속에 조근조근한 말투가 오간다. _ 이것은 신선한 계절 야채와 곁들인 새우 샐러드 입니다. _ 이것은 파마산 크림과 브리오쉬 크루통을 넣은 그린 아스파라거스 수프 입니다. 말로만 듣던 이곳은 상상한대로 훌륭한 경치를 가졌다. 높은 천장과 탁 틔인 도시 풍경은 비싼 음식값을 어느정도 수긍하게 만들었다. 기념일에 올 만한 장소다. 남산 기슭의 하얏트 호텔 식당보다 풍경은 훨씬 좋아 보인다. 인간이 가장 호강하는 일은 좋은 경치를 만끽하는 일이라고 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부자들은 좋은 풍경을 선점한다. 우리는 비싼 돈을 지불하고 잠깐 만끽하는 것이고 하얀 테이블 보에 간장으로 절여진 가지를 흘렸다. 일상의 느낌이 아니어서 어색했다. 기념일은 일상을 무력화 시켰다. 불편하다기 보다 착잡한 기분이 든다. 서양의 문화가 착취에 기반한다는 사실이 번쩍였다. 얼룩진 하얀 테이블 천은 옛날 누군가의 노동을 생각케 했다. 고속 엘리베이터는 올라갈때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아무런 소리 없이 문을 열었다. 우리는 지상으로 나왔고 텁텁한 공기를 마셨다. 머리위를 올려다 보았다. _ 하! 드디어 가봤네. 구름의 꼭대기. 그 시간 청와대는 비워졌다. 묘하게 고요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