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녀 (2018)
뒤늦게 이 영화를 보았다. 이윤기 감독의 [멋진하루]를 봤을 때의 즐거움이 떠올랐다. 일상의 소박한 로드 무비는 타인의 삶을 엿보는 희열을 준다. 주인공이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우리는 인간군상들을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거두절미 하고 이 영화의 특정 씬에서 나는 큰 감명을 받았다. ‘아! 좋은 연기란 이렇게 무의식의 영역까지도 울림을 주는구나.’ 주인공 미소가 한대용(배우 이성욱)을 만나는 에피소드는 정말 뭉클했다. 타인의 절절한 아픔에 측은지심으로 나까지 눈물을 찔끔 짜는 정도였다. 나는 이러한 점이 (영화)예술의 가장 강력한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마음이 닿아 부딪혀 폐부를 찌르고 어루만져주어 더 이상 자기 안의 뭔가가 흐르거나 텅 빈 상태를 방치하는 것이 아닌 자기 치유의 상태. 상대를 바라보지 못하는 시선과 갸날프게 떨리는 억양, 맥아리 없는 말꼬리. 단숨에 감정이입되었고 그의 사연 모를 슬픔은 우리들 공동의 불안에 기대어 있는게 아닌가 싶다. 배우자에 버림받고, 부동산의 덧에 걸려 빛에 허덕이는 상황. 누구든 저런 상황이면 우울증에 안 걸리겠나. 미소가 정성스레 밥을 차리고. 청소를 해 주고 같이 담배 피며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 만으로도, 그는 절망을 벗어나 한 발을 디딜 수 있는 희망을 얻은 거였다. 몇년전 십여년만에 다시 찾은 뉴욕에는 젊은 거지들이 꽤 많았다. 그들의 특징은 조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