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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로익 10

처음 라프로익을 알았을땐 모든게 비호감 이었다. 병의 색과 너무 하얀 라벨. 개구리를 연상시키는 이상한 이름. 한술더떠 항간의 시음평은 대부분 소독약향. 요오드향이 강해 도저히 마실수가 없다는 반응들 이었다. 또다른 반응들은 찬양 일색이었지만 왠지 옆 증류소인 라가불린의 고풍스런 이미지와는 천양지차와도 같았다. 그러나 부정과 편견은 강한 호기심을 낳는법, 과연 어떻길래. 위스키는 원래 소독약이었다. 아마도 이런 면을 잘 계승한 이미지가 라프로익이 아닐까. 현재에 이르러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는 고급 향취의 대명사이지만, 태생 자체는 소독과 마취제의 일종으로 민간에서 통용되던 것이었다. 세계대전 중에 술의 제조에는 곡물이 많이 쓰여 제한했지만 일부 위스키 제작자들은 의료용 알코올의 일종으로 위스키를 생산했다. 라프로익의 이미지는 그런 연유가.. 코를 찌르는 향이 나지만 신기하게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입안에 머금으면 온화한 향이 감돈다. 겉과 속이 다른 질감을 액체에서 느낄 수 있다니.. 물론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겠는건 예상된다. 스모키향(소독약)향이 실내에 잔잔히 쌓인다. 아일레이 섬의 위스키와 생굴이 어울린다지만 김치찌개와의 조합은 상상 이상이었다. 뒤끝에 남는 스모키 여운이 짜고달고매운 김치찌개속의 돼지고기와 만나면 이게 바로 행복한 위로의 조화로구나를 알게 된다. 과연 생명의 물이 맞구나를 깨닫게 된다.    

탈리스커 10

요즘 하이랜드 파크 12와 같이 마시고 있는 탈리스커 10은 지금껏 마셔본 스카치 위스키 중에서는 스모키 향이 가장 쎄다. 스모키 향(피트감)의 대명사 아일레이(현지인 발음은 아일라) 섬 의 증류소 제품은 아직 접해보진 않았지만, 나는 이미 스모키에 빠져버렸다. 탈리스커 10은 하이랜드 파크 12와 마찬가지로 아주 조화로운 맛과 향을 뽐낸다. 이 스모키 향은 보리를 발아시켜 몰트(맥아)를 만들고 그것의 진행을 멈추기 위해 열기를 씌어주는데 이때 태우는 연료가 이탄(peat)이란 스코틀랜드 특유의, 땅에 이끼나 풀들이 썩어 켜켜히 축적된 토양을 말려 태운다. 전쟁과 가난으로 석탄이 없기 때문에 대체 연료로 사용되었으나 이 이탄에 배인 바닷내음, 풀향, 등등이 몰트에 씌여주면서 스카치 위스키 만의 스모키향이 만들어진다. 흙내음, 풀내음, 갯내음, 등이 복합적으로 느껴진다. 스모키향은 코로 맞는 것도 좋지만 마시고 난 뒤 여운이 길게 올라오는 것이 일품이다. 인생의 씁슬함을 달래줄 대리자의 역활이다. 담배와 로큰롤은 스카치 싱글 몰트 위스키 한잔으로 대체되었다. 하루의 피로와 회한은 탈리스커 10년 한잔으로 날려버린다. 바닷바람이 느껴진다. 이 스카이섬은 최근에 방송된 탐험예능프로에 나왔다. ‘거기가 어딘데?. 비오고 바람불고 축축한 초지를 걷는 장면에서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인간이 이런 위스키를 증류하고 10년간 바닷 바람을 머금으며 숙성된 위스키의 고향이 그려졌다.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 이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도 괜찮다. 주세가 …

발렌타인 21

사진 제일 오른쪽의 발렌타인 21년을 마실때, 글렌피딕 18과 자주 비교 시음을 했었다. 개인적으론 블렌디드 보단 싱글 몰트를 선호한다. 발렌타인 21은 대표적인 블렌디드 위스키 답게 아주 부드럽고 온화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이유를 알겠다. 점점 나의 위스키 취향을 알아가고 있는데 확실히 발렌타인은 내 취향은 아니다.  이렇게 평범하고 준수한 맛은 독한 위스키를 즐기는 자에겐 마치 1980년대 운동권 대학생이 진로 소주마시다 타임머신 타고 2018년에 참이슬을 마신 후 이게 뭥미? 하는 기분과 흡사할 거다. 숙성년도가 높은 만큼 가격도 비싼데 뚜껑은 코르크 마개가 아니다. 병 디자인과 색상도 별로다. (아내는 왜 말도 없이 면세점에서 이것을 사왔담. 차라리 조니 워커 블랙 라벨 3병을 살 수 있는데) 내색을 안 했지만 입이 근질거려 혼났다. 그렇다고 발렌타인 12년과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훨씬 부드럽고 고급지다. 그래도 21년 숙성이란게 믿어지질 않는다. 돈 많은 위스키 입문자를 위한 괜찮은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