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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간혹 12시에 잠이 들었음에도 새벽 세~네시에 깨곤 한다. 건강에 무언가 문제가 있나 의심이 들다가도 발밑에 널부러져 자고 있는 아들을 다시 제자리에 눕히고는 깊은 밤중의 적요를 즐긴다. 이어폰을 꼿고 유투브에 나의 음악의 신을 재생한다. 골방에 틀어박힌 십대로 돌아간것 같은 온전한 나만의 시간, 서서히 희미해져가는 감성에 홀연히 저항한다. 나는 시를 썻었고 수줍게 누군가에게 시를 쓴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특이한 아이네. 하는 그 눈빛은 호기심의 반응이었지만 스스로 시 나부랑이를 쓰는 괴짜로 웅크려들었다. 내 노오란 노트에는 커트 코베인의 허무와 자비스 코커의 위트가 뒤섞인 자아가 길을 잃고 출몰했다. 이제 나는 부정하지 않는다. 자기연민에 빠진 그 시간들이 영광의 나날들인 것을, 새벽은 명확히 동틈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가지만 나는 새벽에 머물렀었다. 내 영혼은 이제 아침이다.. 안개가 끼었든 비가 내리던 상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