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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없는 삶. 2018

숨은 보석같은 영화였다. 내가 아빠가 되었기 때문에 잔잔한 울림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설명하지 않고 덤덤히 보여주기만 해도 그들의 삶의 선택에 동화되었다. 미국 오레건주 포틀랜드 외곽의 국유지 숲속에서 한 부녀가 산다. 왜, 언제부터, 숲속에서 노숙을 하는지 모르지만, 많은 대화가 없어도 아빠와 딸의 각별한 사이는 범죄에 연관되어 도피하는 삶 보다는, 어떤 트라우마로 인한 세상으로부터의 탈출이 명확해 보인다. 아빠 역의 배우 벤 포스터는 참전용사 이미지가 강했는데 사회복지사의 질문에서 언듯 그랬던 과거를 유추할 수 있었다. 최소한의 대화로 연기하는 그의 무표정에서 더 많은 마음의 굴곡을 느낄 수 있었다. 사회 제도를 벗어나 자연인이 되고자 하는 그의 의지 속에는 아픔이 녹아 있기 때문에 무어라 설명할 수 없어도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다만 10대 중반인 딸의 입장은 달랐다. 숲속에서의 삶이 무척 자연스럽고 익숙했지만, 우연한 실수로 공권력에 의해 강제로 사회에 편입되, 새로운 삶을 맞이한다. 딸은 사회복지사가 마련해준 정착된 환경을 마음에 들어한다. 친구를 사귀고 사람과의 관계망속으로 서서히 들어간다. 하지만 아빠는 주거의 대가로 노동을 하는 일련의 사회화에 심한 염증을 느낀다. 말로 표현되지 않는 그의 고뇌는 사연모를 그의 사정과 함께 내적 고통을 야기 시킨다. 결국 다시 숲으로의 귀환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딸은 아쉬움을 뒤로한채 묵묵히 아빠의 길을 따라 나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