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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불린 16

병과 라벨의 디자인이 참 멋지다. 눈으로 즐기는 위스키의 첫인상은 라가불린이 제일 좋았다. 입에 착착 감기는 고급스런 어감도, 16년 숙성의 적당함도 좋다. 인기가 많아서 구하기가 쉽지 않고 가격도 비싼편인데 일본에서 그나마 싸게 구입했다. 라프로익 10의 3만원대의 가격만큼의 가성비 만족도가 높진 않지만 맛을 보니 균형잡힌 위스키의 품격이 어떤것인지 알 것도 같다. 스모키함이 극대화된 라프로익에서 밸런스를 살린, 조금은 순화된 피트감이다. 그래도 역시나 아일라 위스키다. 아내가 옆에서 병원냄새 난다고 했을 때, 순간 그날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고추가 버섯으로 변신하기 위한 고통에서 느꼈던 그 소독약 냄새가.. 생각났다. 컴컴하고 축축한 한기가 느껴지는 노오란 백열등 아래 흰? 침대. 내 의식은 그 옛날 독립투사가 731부대 생체 수술실에 들어가는 심정이었다. 지금은 없어진 구로동의 남성의원. 초등5학년, 인생 최대의 위기에서 뜬금없이 기이한 감각이 출몰했다. 간호사에 의한 너무나 부드럽고 촉촉한 피부의 자극, 엥 이 좋은 감촉은 뭐지 그런 찰나에 불빛에 비친 마취주사약의 방울방울들이 낙하하는 슬로우모션… 역시나 알콜의 매력은 기억을 환기시킨다. 고통스런 기억도 추억으로 포장한다. 처음으로 세상 구경나온 살갖의 설레임에 쓰라린 통증을 달래던 소독약 향이 지금은 왜이리 좋을까. 어쨌건 향수를 자극하는 라가불린 16년의 맛은 명성대로 우수했다. 사실 나는 아직 위스키의 다양한 맛을 느끼진 못한다. 애호가들이 위스키 품평을 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