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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스 본. 2010

이 영화는 바로 직전에 보았던 영화 ‘흔적없는 삶’ 감독의 작품이다. 감독의 연출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호평 받은 전작은 또 어떨까 싶어서 찾아서 보았다. 제니퍼 로렌스란 스타 탄생의 서막 같은 영화다. 제니퍼 로렌스에 의해, 제니퍼 로렌스를 위한 각별한 영화다. 미국 시골(미주리주 어느 동네)의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의 큰딸이 17살의 제니퍼 로렌스인데, 아빠가 범죄에 연루되 감옥에 갔다 집을 담보로 보석금을 내고 출소한 이후 사라졌다. 문제는 다가오는 재판에 출석을 안 하면 담보로 잡힌 집이 넘어간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 엄마와 어린 두 동생을 돌보며 하루하루 끼니 걱정을 하며 살아간다. 집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그녀는 백방으로 수소문 하지만 사람들은 이상할 정도로 냉랭하다. 차디찬 겨울의 피폐한 풍경들, 가난에 쪼그라든 주름과, 배려나 동정에 궁색한 영혼없는 눈빛의 사람들. 21세기 최강국 미국의 민낮은 적나라 했다. 마치 1930년대 경제공황때 미국 농촌의 참혹한 현실을 사진으로 기록했던 사진작가 도로시아 랭이나 워커 에반스 사진속 이야기를 영화로 풀어쓴것 같다. 아빠의 실종이란 데이빗 린치 감독의 전매특허인 기괴한 미스테리를 첨가해서 말이다. 아빠가 무얼 했길래 찾아가는 사람마다 저렇게 냉정할까. 이 마을의 미스테리는 마약제조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처음엔 아빠를 찾는게 목적이었지만 종국에는 아빠의 생사 확인이 더 중요해졌다. 그것도 확증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죽음이 …

흔적없는 삶. 2018

숨은 보석같은 영화였다. 내가 아빠가 되었기 때문에 잔잔한 울림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설명하지 않고 덤덤히 보여주기만 해도 그들의 삶의 선택에 동화되었다. 미국 오레건주 포틀랜드 외곽의 국유지 숲속에서 한 부녀가 산다. 왜, 언제부터, 숲속에서 노숙을 하는지 모르지만, 많은 대화가 없어도 아빠와 딸의 각별한 사이는 범죄에 연관되어 도피하는 삶 보다는, 어떤 트라우마로 인한 세상으로부터의 탈출이 명확해 보인다. 아빠 역의 배우 벤 포스터는 참전용사 이미지가 강했는데 사회복지사의 질문에서 언듯 그랬던 과거를 유추할 수 있었다. 최소한의 대화로 연기하는 그의 무표정에서 더 많은 마음의 굴곡을 느낄 수 있었다. 사회 제도를 벗어나 자연인이 되고자 하는 그의 의지 속에는 아픔이 녹아 있기 때문에 무어라 설명할 수 없어도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다만 10대 중반인 딸의 입장은 달랐다. 숲속에서의 삶이 무척 자연스럽고 익숙했지만, 우연한 실수로 공권력에 의해 강제로 사회에 편입되, 새로운 삶을 맞이한다. 딸은 사회복지사가 마련해준 정착된 환경을 마음에 들어한다. 친구를 사귀고 사람과의 관계망속으로 서서히 들어간다. 하지만 아빠는 주거의 대가로 노동을 하는 일련의 사회화에 심한 염증을 느낀다. 말로 표현되지 않는 그의 고뇌는 사연모를 그의 사정과 함께 내적 고통을 야기 시킨다. 결국 다시 숲으로의 귀환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딸은 아쉬움을 뒤로한채 묵묵히 아빠의 길을 따라 나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