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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듯 천천히 _ 고레에다 히로카즈

오히려 그런 영웅이 존재하지 않는, 등신대의 인간만이 사는 구질구질한 세계가 문득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그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를 악무는 것이 아니라, 금방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는 나약함이 필요한 게 아닐까. 결핍은 결점이 아니다. 가능성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계는 불완전한 그대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풍요롭다고 여기게 된다. -60 영화 속에 그려진 날의 전날에도 다음날에도 그 사람들이 거기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겠다는 것이다. 영화관을 나온 사람으로 하여금 영화 줄거리 자체가 아니라, 그들의 내일을 상상하고 싶게 하는 묘사. 그 때문에 연출도 각본도 편집도 존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1

어느 가족 2018

역시나 이 거장의 신작은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는기대감을 가득 안고 봤는데도 충분히 만족하다 못해 그 여운이 길게 남는다. 일본이라는 달의 어두운 저편을 꽤 온화하게 전달한다. 인물의 행색이나 배경은 궁핍하기 그지 없지만 한지붕 아래의 그들은 전혀 초라하지 않았다. 좁고 지저분한 공간들. 꿰줴줴한 피부. 더위와 습도가 화면밖을 뛰쳐나올 기세의 끈적거림 등등. 다큐멘터리 연출가 출신의 감독답게 리얼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감독의 강점은 사회적 다큐의 주제를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톤으로 승화시킨다는점이 아닐까. 주제나 표현 모두 영화 예술의 궁극점에 도달했다. 일본(일본인의 의식)이라는 나라는 깃발에서처럼 태양을 숭상하지만 실은 달 같은 면이 많은 것 같다. 보름달의 몽환에 취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어둠이 그늘을 드리우고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묘미에 취한다. 또 그 어두운 이면에는 무엇을 감추고 있을까. 누구나 일본을 가보고 받게 되는 첫 인상은 깨끗하고 친절하고 질서정연한 느낌일 것이다. 시민의식은 배울점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관광객의 시선에서 관찰자의 시선으로 조금만 옮기면 일본은 무궁무진한 탐구의 대상이 된다. 일본인으로서의 감독의 눈에도 일본은 성찰과 비판의 대상이 되어 보인다. 작금의 일본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들이 촉발한 현상들을 보여주면서 조롱하듯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경제 침체로 인해 가속화된 개인주의와 가족의 붕괴 속에 이 좀도둑 가족이 살아가는 방식을 통해 진짜 중요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