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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about everything

1000일

살아오면서 너무 아름다워서, 행복해서, 저절로 눈물이 나는 경험은 흔치 않을 거다. 내가 느낀바로는 궁극의 행복은 무탈하게 자라나는, 해맑은 웃음으로 뛰어 노는 자식을 보는 일이다. 이보다 더 큰 기쁨은 없다. 인생의 가장 큰 선택은 아기를 가진 일이다. 가장 잘한 결정이기도 하다. 물론 천방지축의 아이를 보는 감정은 다각적이다. 기쁨과 불안 염려 즐거움과 피로가 혼재한 상황에서 다이아몬드 엣지에 반짝 빛을 발하는 순간에 내 영혼은 베인다. 너무 아름다워서 모든 고뇌가 상실된다. 이런 순간이 지속되면 그것이 천국일 것이다. 태어난지 천 일을 맞은 아들을 생각하며 감개무량한 기분에 휩싸인다.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아들이 대견하다. 천 일 동안의 희노애락이 너무 식상한 표현이지만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친다.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주어 다행히도 노여움과 슬픔은 거의 없었다. 아이와 함께 부모도 같이 성장하는데 오히려 육체적 피로와 함께 마음의 평정을 유지못할때가 많았다. 자책하고 반성하며 스스로를 귀감삼아 나아간다. 모든게 처음이니까 힘듦과 시행착오는 겪을 수 밖에.

요즘

어제부로 치아의 신경치료가 끝났다. 도합 네번의 방문에 4시간여의 시술 과정 속의 나란 존재는 참 속절없이 무너졌다. 무아의 기분으로 입을 벌리고 따끔한 마취제를 맞고 온갖 기분나쁜 소리와 진동을 건뎌내야 했다. 때론 신경이 놀래 움찔하거나 짧고 굵은 비명이 아닌 소리를 내기도 했다. 긴장으로 발끝이 쭈뼛서고 허리는 잘록하게 아치를 그리며 들어올려졌다. 흡사 첫경험중인 여인이 생경함으로 제발 빨리 끝나기만을 고대하는 것 같이. 신경의 촉수는 등어리에 차가운 땀을 맺히게 했다. 나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고 바보스런 결정에 후회가 되기도 했다. 어릴적 치과에 가서 이 뽑는걸 세상에 가장 큰 고통이라 여겨 어떻게든 달그락 거리며 지냈던 나와 대략 5년전 살짝 깨진 어금니를 방치한 나를 책망한다. 초기 선제 대응이 중요했던 것인데. 관리만 잘 하면 괜찮을 거야란 만용을 부린 댓가였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건치의 유전자는 망상이었다. 관리의 소흘을 틈타 썩은 이는 차근히 도사렸다. 요즘 이상하게도 무언가 부서지고 깨지는 일이 잦다. 밥먹다가 코렐의 국그릇이 갑자기 주저앉아 깨졌고, 락앤락 유리 용기, 머그컵이 예상치 않게 툭 갈라지며 깨졌다. 식탁의 다리가 터지듯 갈라져 교체 수리를 받았고, 지금 빨래를 마치고 세탁기를 여니 먼지 필터가 체결에서 떨어져나와 내부의 플라스틱 기둥들이 부러져 나왔다. 무려 8년을 사용한 아이폰도 아들이 떨어트려 액정이 부서졌다. 주차중 옆차와의 …

차선택

소비재 중에 가장 비싼 것 중에 하나가 자동차 일 것이다. 집 다음으로 란 말이 선행되었어야 정확한 문장이 될려나. 요즘은 자동차의 공유서비스가 활성화 돼서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고도 하지만 애기가 있는 상황이면 자동차는 집만큼 중요하다. 안전과 편의 그리고 사용빈도 면에서 소유하는게 맞다. 나는 어렸을때부터 자동차를 참 좋아했다. 취학전 심심하면 도로가에 앉자 지나가는 차들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각각의 차들의 얼굴이 캐릭터가 있는 사람 얼굴같이 느껴졌다. 푸근한 엄마같은 시내버스에 하얀장갑을 끼고 한 손으로 매달려 출발 신호를 똑똑 두드리는 버스안내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만원버스를 다루는 그들의 능숙한 솜씨에 나는 반했었다. 우리 엄마가 버스안내양이었다고 친구한테 거짓말한 기억도 시커멓고 매캐한 디젤 매연도 눈에 선하다. 부모님은 평생 뚜벅이로 사시느라 우리집은 가족같은 차에 대한 추억이 없다. 중학교때 이사한 집의 방 한켠에 산더미 같이 쌓인 자동차생활이란 잡지를 보며 차에 대한 지식(관심)을 습득했다. 포르쉐911과 동그란 쌍헤드라이트인 80년대 BMW M3는 드림카 였다. 마력과 토크, 최고스피드가 저절로 외워졌다. 차에 대한 관심은 실제 소유하고 운행하면서 점차 없어졌다. 아무리 멋지고 비싸다 해도 차의 본질은 이동수단이고 그것의 효율에 대해 현실적인 관점이 생겼다. 지금 타고 있는 차가 경제적이고 실용적이며 그나마 친환경 이어서 더욱 그런 생각이 확고해 진 것 같다. 그래서 처음 …

차차차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차를 바꾸려는 계획이 있다. 십여년간 차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2004년 2월에 신차를 사고 한 5년간은 자동차 동호회 사이트에서 줄기차게 정보를 얻으며 왠만한 부품 교체는 내 손으로 했다. 점화 플러그, 점화 코일, 배터리, 도어 캐치, 흙받이, 전구, 필터류 등. 직접 할 수 있는 부분을 스스로 했을때 별 것 아니지만 차에 대한 애착이 강화된다. 부품을 지속적으로 갈아주면 계속 운행이 가능하나 문제는 철판의 부식이다. 내가 제대로 관리 못 한 부분도 있지만 2007년 이전의 현대/기아 차의 녹은 유명하다. 이 것은 안전에 관한 치명적인 염려를 일으킨다. 생각보다 내 차는 뒷바퀴 휠 하우스 쪽 부식이 잘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찍히고 찌그러진 곳의 도장이 깨져 녹이 생겼다. 당장 철판이 보여 부식이 안된다 해도 시간이 흐르면 찌그러진 꺽인면의 도장이 갈라져 녹이 생길 수 있다. 차량 외관은 사소한 것이라도 방치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반면에 16만 5천 킬로미터를 뛴 구동계는 너무 멀쩡하다. 사실 몇 년 더 타도 괜찮은데 아무래도 자체의 안정상 이라는 이유가 크다. 차량의 운영중, 큰 고장이 발생하여 수리비가 들진 않았다. 다 교체 기한이 되어 발생하는 유지, 보수 비용 정도 였다. 하지만 구입 초기에 트렁크 쪽으로 물이 새는 것은 …

한지민홀릭

한동안 멜로드라마가 시시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다가 우연히 보게된 드라마 ‘봄밤’에 푹 빠져 버렸다. 사실은 드라마에 빠졌다기 보다 한지민의 아름다움에 홀렸다고 할까. 드라마의 내용적으로는 한지민(이정인)에게 버림받은 남자 권기석한테 감정이입이 더 많이 된다. 약간 속물같고 세속적인 인물이지만 극중에서 제일 비참한 상태에 놓여있다보니, 한지민의 달달한 사랑에 눈길이 확 가다가도 그 쓰린 마음에, 하~ 사랑은 이리도 참 잔인하구나 를 읊조린다.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한 남자의 민낯을 낮낮히 보게 되겠지만 왠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생각해보니 근래에 한지민의 출연작들을 틈틈히 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는 와이프”눈이 부시게’ 영화’미스백’ 훌쩍 전에는 ‘플랜맨’도 재밌게 보았었다. 티비로 보는 인간 자체에 이렇게 감동하기는 실로 오랜만이다.

새벽

간혹 12시에 잠이 들었음에도 새벽 세~네시에 깨곤 한다. 건강에 무언가 문제가 있나 의심이 들다가도 발밑에 널부러져 자고 있는 아들을 다시 제자리에 눕히고는 깊은 밤중의 적요를 즐긴다. 이어폰을 꼿고 유투브에 나의 음악의 신을 재생한다. 골방에 틀어박힌 십대로 돌아간것 같은 온전한 나만의 시간, 서서히 희미해져가는 감성에 홀연히 저항한다. 나는 시를 썻었고 수줍게 누군가에게 시를 쓴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특이한 아이네. 하는 그 눈빛은 호기심의 반응이었지만 스스로 시 나부랑이를 쓰는 괴짜로 웅크려들었다. 내 노오란 노트에는 커트 코베인의 허무와 자비스 코커의 위트가 뒤섞인 자아가 길을 잃고 출몰했다. 이제 나는 부정하지 않는다. 자기연민에 빠진 그 시간들이 영광의 나날들인 것을, 새벽은 명확히 동틈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가지만 나는 새벽에 머물렀었다. 내 영혼은 이제 아침이다.. 안개가 끼었든 비가 내리던 상관없다.

연속극

좋은 드라마는 무료함을 날려줄 몰입과 재미를 선사한다. 드라마는 삶에서 필수불가결한 것은 아니지만 연속된 이야기의 재미에 오늘과 내일을 기대하고 설레이게 한다. 근래에 보았던 ‘미스터 션샤인’도 은근히 주말 저녁의 즐거움을 주었다. 남자들도 드라마 이야기를 많이 한다. 술자리에서 김태리의 미모에 탄복하던중  ‘비밀의 숲’ 이란 드라마를 추천 받았다. 몇년 전에도 이렇게 추천받은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를 다운받고 열공하듯 보았던 적이 있다. 다음을 궁금해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미스테리는 뇌 혈류를 도취상태에 이르게 했다. 명작 드라마 중에서도 ‘비밀의 숲’은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수작들에게도 옥의 티는 있는 법.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장혁의 캐릭터와 연기가 시종일관 거슬렸다. 그 특유의 어버버하는 발성과 오락가락하는 캐릭터 설정이 아쉬웠다. ‘비밀의 숲’에선 서검사 역활의 연기자가 너무 별로였다. 딱 그사람만 공중파 일일 아침 드라마에 어울릴 외모와 연기를 펼쳤다. 여기서 영검사 역의 배우 신혜선이 각인 되었나 보다. 뻔한 얼굴보다 보면 볼 수록 매력적인 배우다.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의 선택은 누가 출연하느냐가 가장 큰 관건인 것 같다. 요즘 배우 채수빈이 이뻐보여 ‘여우각시별’을 보곤 한다. 새로운 조연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감탄했던 배우 이성욱도 나오지만  정말 비호감의 배우 이동건도 나온다. 그런면에서 ‘응답하라 1988’은 너무나 완벽한 즐거움 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추운 겨울날 …

황망

내차는 2004년 2월 식. 16만 킬로미터를 목전에 둔 차량이다. 이 차와 함께한 시간들, 사람들을 추억해 보너라면 감개무량의 감회에 빠져든다. 나는 아직 중년이지만 차에 앉으면 노년의 노쇠한 기분이 전염된다. 아직 잘 달리고 서고 큰 문제는 없지만 매년 추위가 시작되면 작별의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아 조금 감상적으로 된다. 분명 폐차때까지 탈 건데 그 시간이 언제 올려는지 가늠이 안된다. 전기차의 시대가 좀 더 빨리 도래하면 좋을텐데, 아직은 선뜻 바꾸기 애매하다. 그동안 이 차와의 추억은 계속 쌓여진다. 요근래 차와 관련해서 황망한 일이 두 건 있었다. 이렇게 글로 적어두는 이유는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황망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엊그제 일요일 외출을 앞두고 차에 문이 안 열리는 순간 심장이 출렁였다. 애기를 카시트에 채우는 사이 아들이 잠금 버튼을 눌렀는데 나는 별 생각없이 키를 받아 뒷 좌석에서 바로 시동을 키고 내려 뒷문이 닫히는 순간. ! 아차 싶었다. 아마도 예열을 하기 위해 뒤 좌석에서 시동을 먼저 켜 둘 라고 한 건데 이런 결과가 올 줄이야. 부랴부랴 보험 회사 긴급출동을 불렀는데 출동 기사의 음성은 흔한 일이라도 되는듯 여유롭다. 10분이 넘어가니 창 밖에서 을러주는 엄마 아빠가 지겨웠는지 애기가 슬슬 보챈다. 선선한 날씨여서 다행이긴 한데 너무 …

한달여가 지난 6월 16일 첫 돌을 맞이하여 셀프로 사진을 찍고 양가 직계 가족만 모여서 식사를 했다. 17일이 일요일 이어서 하루 전날 생일 잔치를 열었다. 요즘엔 첫 돌의 의미가 예전같지 않다지만 그래도 부모의 입장에선 엄청 대견하고 뿌듯하고 자랑스럽고 그렇다. 옛날같이 1년 이전에 사망률이 안 높다해도. 영유아돌연사 확률은 1년 미만이 대부분이라 한다. 돌이 지나고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제 엉금엉금 기는 모습을 보지 못하여 아쉽긴 해도 어깨와 팔을 들썩이며 중심을 잡으려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공원에서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귀여움에 찬사를 보낸다. 낮을 안 가려 더더욱 이쁨을 받는다. 앞으로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배변훈련과 식사 습관을 무사히 훈육할 수 있을지. 아프지 않은 것만 해도 대견하지만 무언가 자기주장이 거세지는 아들을 보며 마음을 다 잡는다. 요즘 일련의 어린이집 사건 사고를 듣다 보면, 너무나 안 쓰럽다. 세상만사 고해의 바다 속에서 허우적 대는 세간의 모습이다. 부디 어린아이들이 밝고 행복하게 클 수 있도록 염원한다.

열 달

한율이가 태어난지 열 달이 됐다. 간혹 그런 생각이 든다. 이건 꿈과도 같은 일 이구나. 우릴 닮은 아기가 매일 아침 아장아장 기어와 머리맡에서 일어나라고 손을 휘두른다. 피곤에 쩔어 무거운 몸을 일으키면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넨다. 한 번도 아프지 않은 아기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요즘 티브이엔에서 방송하는 선다방을 처음부터 보게 되었는데, 첫 방송은 시큰둥하게 또 짝짓기 프로그램이군 하며 무덤덤하게 보았다. 그러다 지난 주말 방영분을 보다가 빵 터지게 웃겼고 설렘이 전염되는 듯한 재미를 느꼈다. 동화작가인 여자와 웹툰작가인 남자의 만남은 방송이래도, 설레이게 순수했다. _ 여자 : 저는 예술가 부부가 꿈이에요 _ 남자 : 저도 예술가 인가요? _ 여자 : (웃으며) 그럼요! 당연하죠. _ 남자 : 저는 술, 도박, 여자 안 합니다. _ 여자 : 저도 남자 안 합니다. _ 남자 : (수줍게) 이제 하셔야죠. 자리가 마무리 될 무렵, 고민 상담 쪽지에 남자는 ” 감정표현이 너무 서툴러요” 라고 썻는데 잠시후 다시 꺼내 아랫줄에 “하지만 이젠 괜찮아요^^” 라고 추가했다. 뭔가 멀지 않은 과거가 까마득했다가 돌아온 느낌이었다. 그런 인생일대의 사건을 거치고 이런 아기를 얻었다는 마법은 참 경이롭다. 인연이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작용이 오늘날 인류를 지탱하게한 원동력이다. 출연자들의 성공과 실패에서 지나간 내가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