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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review

걷는 듯 천천히 _ 고레에다 히로카즈

오히려 그런 영웅이 존재하지 않는, 등신대의 인간만이 사는 구질구질한 세계가 문득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그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를 악무는 것이 아니라, 금방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는 나약함이 필요한 게 아닐까. 결핍은 결점이 아니다. 가능성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계는 불완전한 그대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풍요롭다고 여기게 된다. -60 영화 속에 그려진 날의 전날에도 다음날에도 그 사람들이 거기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겠다는 것이다. 영화관을 나온 사람으로 하여금 영화 줄거리 자체가 아니라, 그들의 내일을 상상하고 싶게 하는 묘사. 그 때문에 연출도 각본도 편집도 존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1

콜럼바인

최근에 콜럼바인 이란 책을 보았다. 1999년 4월 미국 콜로라도의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을 다룬 보고서 같은 형식의 두꺼운 책이다. 작년에 ‘나는 가해자의 엄마 입니다’ 를 읽었다. 내가 이것에 관심있는 이유는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럼바인’과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영화 ‘엘리펀트’의 관람이 건넨 의문들 이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왜 그런 일을 벌였을까?”콜럼바인에 관련한 모든 저작물은 이런 단순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어떤 것도 이것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후 일어난 더 큰 총기 난사 사건이 있음에도 콜럼바인의 상징성과 인간성에 대한 충격과 의문은 우리 마음에 깊은 회의를 남긴다. 책 ‘나는 가해자의 엄마 입니다’는 두명의 범인중 (에릭과 딜런) 딜런의 엄마 ‘수 크레볼드’가 쓴 수기다. 시간이 지나 그녀가 어떤 고통 속에서 살아왔는지 심경을 토로하면서도 아들의 성장 과정을 엄마의 시각에서 들려준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본다 해도 엄마는 엄마일뿐. 아들의 속속들이는 모를 일이다. 딜런이 자살 충동과 우울증을 앓는 다는 사실을 부모는 전혀 몰랐다. 딜런은 좋은 부모와 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자신의 어두운 면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딜런은 수동적이고 마음이 여린 아이 같았다. 하지만 그 억눌린 화가. 간혹 폭발되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딜런은 전혀 그런 일을 할 아이 같아 보이진 …

지미 헨드릭스

언제부턴가, 아마도 서른 중반을 넘어서면서 음악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져감을 느끼고 있었다. 나이듦에 있어서 어떤 특정 나이때(시기)를 지나면 더이상 새로운 음악을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고 하던데, 요즘 내 경우를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는 맞는말 같다. 열정적으로 음악을 들었던 시기를 향유하며 청춘이 소멸되는 과정을 하염없이 음미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것이 아주 단적인 예 일테지만 우리가 기성세대로 편입하는 과정일 것이고, 개인의 보수화는 그렇게 진행되는 것일게다. 나의 청춘의 음악이었던 록음악이 지금은 과거의 화려한 명성을 뒤로한채 공룡화석처럼 박물관에 유리되었다.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밴드의 형식뿐만 아니라 음악의 사운드와 메시지가 가지는 태도면에서 록은 죽은지 오래다. 젊음의 자유분방함을 대변하고 사회 진보의 기치를 저항의 몸짓으로 발버둥 치던 록의 시절에는 그 헛발질이 무의미하지 않았다.  체제의 억압을 넘어 젊음의 절규는 사회를 진보로의 방향으로 트는 파급력이 있었다. 나는 그 클래식한 혼돈의 시대가 그립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이라 겪어 보지도 않았으면서, 68혁명과 지미 헨드릭스가 쩌렁쩌렁하게 기타를 물어뜯고 기타로 마스터베이션 하는듯 현란한 몸짓 속에서 그 시대를 음미한다. 록이 죽은 시대에 우리는 ‘쇼미더머니’를 통해 지극히 개인화되고 황금만능주의의 사회 밑바닥 정신을 랩으로 소비한다. 현시대에 젊은이들이 록을 한다는건 대단한 사치이거나. 부유한 자제들이 취미삼아 하는 것이다. 기타와 앰프, 그리고 드럼 셋트 등등등. 시간과 돈, 적당한 공간이 …

책> 언제 들어도 좋은말 _ 이석원

얼마전에 이 책을 읽었는데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읽는 도중 시답잖은 책이라 느껴져 후루룩 김밥천국 국수 먹듯이 독서했다. 그럼에도 이 독후감을 쓰는 이유는 이 책의 저자가 이석원이고, 그의 첫책 ‘보통의 존재’를 인상깊게 읽고 독후감을 씀으로써 예전 나의 블로그에 글을 쓰는 취미가 생겼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의 산문을 통해서 나도 글을 쓰고 싶다 라는 자극을 많이 받은듯 싶다. 그때 ‘보통의 존재’의 독후감은 이 글과는 정 반대였다. 어느 독자든 ‘보통의 존재’는 인정할 것이다. 섬세하게 흘러가는 솔직함의 힘은 좋은 산문을 대표하며 지금도 서점 진열대 위에 놓여져 있다. 그러나 이 작가는 거기까지 인 거 같다. 두번째 책이었던 소설 ‘실내인간’은 딱 그 자신의 한계였다. 자신이 글에서 여럿 밝혔듯, 책을 못 읽는단다. 평생 책을 완독한 경우도 별로 없다고 하는데, 서점 가는걸 (물론 책도 사겠지) 무척 좋아한덴다.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풍기지 않나. 이 책’ 언제나 들어도 좋은말’ 을 읽고 나서야 딱. 적당한 그 한마디가 떠올랐다. ‘ 이 사람 참 꼼수가 보통이 아니구나 ‘ 한권의 책의 성공으로 작가의 길로 인생의 길을 전향하였으나 소설 ‘실내인간’에서 죽을 쑤고, 다시금 산문을 쓰려하니 글 소재의 고갈로 어영쩌영 산문인듯 아닌듯 소설인듯 아닌듯한 꼼수가 눈에 훤히 보인다. 이 책은 솔직함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