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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제부로 치아의 신경치료가 끝났다. 도합 네번의 방문에 4시간여의 시술 과정 속의 나란 존재는 참 속절없이 무너졌다. 무아의 기분으로 입을 벌리고 따끔한 마취제를 맞고 온갖 기분나쁜 소리와 진동을 건뎌내야 했다. 때론 신경이 놀래 움찔하거나 짧고 굵은 비명이 아닌 소리를 내기도 했다. 긴장으로 발끝이 쭈뼛서고 허리는 잘록하게 아치를 그리며 들어올려졌다. 흡사 첫경험중인 여인이 생경함으로 제발 빨리 끝나기만을 고대하는 것 같이. 신경의 촉수는 등어리에 차가운 땀을 맺히게 했다. 나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고 바보스런 결정에 후회가 되기도 했다.

어릴적 치과에 가서 이 뽑는걸 세상에 가장 큰 고통이라 여겨 어떻게든 달그락 거리며 지냈던 나와 대략 5년전 살짝 깨진 어금니를 방치한 나를 책망한다. 초기 선제 대응이 중요했던 것인데. 관리만 잘 하면 괜찮을 거야란 만용을 부린 댓가였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건치의 유전자는 망상이었다. 관리의 소흘을 틈타 썩은 이는 차근히 도사렸다.

요즘 이상하게도 무언가 부서지고 깨지는 일이 잦다. 밥먹다가 코렐의 국그릇이 갑자기 주저앉아 깨졌고, 락앤락 유리 용기, 머그컵이 예상치 않게 툭 갈라지며 깨졌다. 식탁의 다리가 터지듯 갈라져 교체 수리를 받았고, 지금 빨래를 마치고 세탁기를 여니 먼지 필터가 체결에서 떨어져나와 내부의 플라스틱 기둥들이 부러져 나왔다. 무려 8년을 사용한 아이폰도 아들이 떨어트려 액정이 부서졌다. 주차중 옆차와의 접촉으로 난생 처음 보험을 접수했다.

액땜하는 걸까.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다.

몇일 전 무언가에 홀려 이끌리듯 현대 수소 전기차 넥쏘를 계약했다. 원래는 풀 체인지를 앞두고 끝물 할인을 천만원 가까이 하는 BMW 420i GranCoupe SE 를 염두해 두고 있었다. 영롱한 스냅퍼 락 블루 색상과 프레임리스 도어, 낮게 잘 빠진 쿠페의 차체에 설레였다. 수입차의 브랜드 보다도 후륜구동의 스포츠 세단을 타보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하지만 우연인지 운명인지 넥쏘가 자연스레 눈에 들어왔고 수소 전기차에 대해 알아가며 매장에 들렸는데 나올땐 계약서가 손에 들려 있었다. 계약금 10만원이고 넥쏘가 출고까지 오래 걸리는 차래서 가볍고 성급한 마음이 앞섰다. 정부 보조금과 세금 혜택등을 제외하고 실 구매가 4천이 조금 안되는 비싼 차임에도 선뜻 결정할 수 있는 배경엔 미래의 기술과 친환경에 대한 나름의 발로였다, 아직은 수소 충전소가 많지 않아 불편함이 예견되더라도 최소 10년을 쓸 차를 진보에 베팅하는건 맞다고 생각한다.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개인의 작은 노력에 하루 빨리 수소 인프라의 확충을 고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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