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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택

소비재 중에 가장 비싼 것 중에 하나가 자동차 일 것이다. 집 다음으로 란 말이 선행되었어야 정확한 문장이 될려나. 요즘은 자동차의 공유서비스가 활성화 돼서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고도 하지만 애기가 있는 상황이면 자동차는 집만큼 중요하다. 안전과 편의 그리고 사용빈도 면에서 소유하는게 맞다.

나는 어렸을때부터 자동차를 참 좋아했다. 취학전 심심하면 도로가에 앉자 지나가는 차들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각각의 차들의 얼굴이 캐릭터가 있는 사람 얼굴같이 느껴졌다. 푸근한 엄마같은 시내버스에 하얀장갑을 끼고 한 손으로 매달려 출발 신호를 똑똑 두드리는 버스안내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만원버스를 다루는 그들의 능숙한 솜씨에 나는 반했었다. 우리 엄마가 버스안내양이었다고 친구한테 거짓말한 기억도 시커멓고 매캐한 디젤 매연도 눈에 선하다.

부모님은 평생 뚜벅이로 사시느라 우리집은 가족같은 차에 대한 추억이 없다. 중학교때 이사한 집의 방 한켠에 산더미 같이 쌓인 자동차생활이란 잡지를 보며 차에 대한 지식(관심)을 습득했다. 포르쉐911과 동그란 쌍헤드라이트인 80년대 BMW M3는 드림카 였다. 마력과 토크, 최고스피드가 저절로 외워졌다.

차에 대한 관심은 실제 소유하고 운행하면서 점차 없어졌다. 아무리 멋지고 비싸다 해도 차의 본질은 이동수단이고 그것의 효율에 대해 현실적인 관점이 생겼다. 지금 타고 있는 차가 경제적이고 실용적이며 그나마 친환경 이어서 더욱 그런 생각이 확고해 진 것 같다.

그래서 처음 눈에 들어온 차가 볼보의 왜건이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없는 차종이 왜건과 해치백인데 나는 이런 차종을 최고로 친다. 현대 i40는 이미 단종됐고 볼보의 신형 V60크로스컨트리가 막 출시됐을때 매장에 보러 갔는데 의외로 아무런 감흥이 안 생겼다. 최상의 나파가죽과 심플한 인테리어의 고급감에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혼다 어코드를 보았는데 오히려 낮은 차체와 수더분한 인상의 인테리어가 좋았다. 기대치 않게 꼿혀서 얼마 후 시승까지 했는데, 주행 감이 참 좋았다.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래도 부족함이 없었다. 파란색 어코드를 다음 차로 정했었다.

그 사이 일본의 도발이 시작됐고 아쉽지만 머릿속에서 지웠다. 난 평생 아니 대를 이어 철저히 일본불매 할 것이기 때문에 논의의 여지가 없다. 엊그제 오랜만에 본 친구의 렉서스 es300 을 한시간 가량 탔는데 잔망스럽게도 좋았다. 카메라 처럼 대안이 없는게 아니니까. 더 눈을 돌려보자.

푸조의 스페이스투어러는 가족용 차로 딱 좋다. 2열 좌석 세개가 독립적인 좌석을 이루고 있고 뻥뚤린 시야에 내부가 넓다. 하지만 디젤 엔진이란점. 미션 변속의 느낌이 요즘차 같지 않다. 한달에 30대 정도 밖에 안 팔려 주문생산 방식으로 판매한다는 현대의 i30. 거리에 흔히 보이는 차가 아닌데 이 차의 뒷모습은 내 눈엔 최고로 이뻤다. i30 N line을 시승했는데 주행감이 엄청 좋았다. 운전하는 재미가 솔솔. 하지만 뒤에 앉은 가족은 하드한 서스펜션과 약간 좁은 공간에 손사레 쳤다. 작아보이는 외관 디자인도 우리나라에선 감점요인인것 같다.

바로 이어서 기아의 니로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는데 직전의 i30이 너무 인상깊어서 아무 개성없이 느껴졌다. 아내는 볼보의 S60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냈지만 볼보는 왠지 왜건으로 가야 맞는 이미지다. 그런 와중에 테슬라의 모델3 까지 출시를 앞두고 있으니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지금 사는 아파트에는 충전시설이 없어서 일단은 제외했지만 모델3의 매력과 잠재력은 대단한 것 같다. 테슬라의 주식을 사고 싶을 정도로 혹 했었다.

혹자는 차 구입전이 가장 행복한 상태라고도 하는데, 차를 좋아하지만 행복하지만은 않다. 당연히 적정 예산안의 선택 때문에, 나는 차에 대한 허상동(허영심, 상류층, 동경)은 전혀 없다. 고장 잘 안나고 사고시 신체를 지켜줄 튼튼한 차를 원하는데 결국 이런 기본에 충실한 차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라 하는 벤츠와 BMW다. 유일한 후륜 구동 핫 해치였던 BMW 118D를 시승했을때 자녀만 없다면 이게 딱이다란 생각을 했다. 연비좋고 운전하기 재밌는 차였다.

쌍용의 신형 코란도는 이쁘긴 한데 기술이 너무 떨어져 시승도 포기했다. 르노삼성은 삼성때문에 아예 관심밖이고 쉐보레는 복불복인것 같다. 어짜피 털고 나갈 회사. 폭스바겐, 아우디는 되게 미운 회사라 제외. 지프의 레니게이드는 이쁘긴 한데 품질에 대해서 랜드로버나 재규어 만큼 까진 아니더라도 혹평이다. 미니의 클럽맨이나 컨트리맨은 세대가 교체되어야 고려 가능하고, 결국 내년으로 넘겨 i30 페이스리프트를 지켜보며, 벤츠의 A와 B클래스 신형 혹은 새로 나올 GLB를 기다려야 겠다.

가격이 적당하게 나왔으면 좋겠지만 여차하면 보조금 받고 모델3로 갈지도. 몇일전 아는 사람이 보조금 받고 자가 비용 3천8백 정도에 스탠다드 레인지 받는다는 말에 귀가 움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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