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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족 2018

역시나 이 거장의 신작은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는기대감을 가득 안고 봤는데도 충분히 만족하다 못해 그 여운이 길게 남는다.

일본이라는 달의 어두운 저편을 꽤 온화하게 전달한다. 인물의 행색이나 배경은 궁핍하기 그지 없지만 한지붕 아래의 그들은 전혀 초라하지 않았다. 좁고 지저분한 공간들. 꿰줴줴한 피부. 더위와 습도가 화면밖을 뛰쳐나올 기세의 끈적거림 등등. 다큐멘터리 연출가 출신의 감독답게 리얼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감독의 강점은 사회적 다큐의 주제를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톤으로 승화시킨다는점이 아닐까. 주제나 표현 모두 영화 예술의 궁극점에 도달했다.

일본(일본인의 의식)이라는 나라는 깃발에서처럼 태양을 숭상하지만 실은 달 같은 면이 많은 것 같다. 보름달의 몽환에 취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어둠이 그늘을 드리우고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묘미에 취한다. 또 그 어두운 이면에는 무엇을 감추고 있을까. 누구나 일본을 가보고 받게 되는 첫 인상은 깨끗하고 친절하고 질서정연한 느낌일 것이다. 시민의식은 배울점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관광객의 시선에서 관찰자의 시선으로 조금만 옮기면 일본은 무궁무진한 탐구의 대상이 된다.

일본인으로서의 감독의 눈에도 일본은 성찰과 비판의 대상이 되어 보인다. 작금의 일본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들이 촉발한 현상들을 보여주면서 조롱하듯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경제 침체로 인해 가속화된 개인주의와 가족의 붕괴 속에 이 좀도둑 가족이 살아가는 방식을 통해 진짜 중요한 건 이거야 라고 외친다. 특유의 온정적인 방식으로

남의 일 신경안씀이 아닌 개입하고 마음을 건네고 먹을걸 나눈다. 남의 체면치레에 상관없이 솔직하고 꾸밈없이 살아가는 방식. 비록 좀도둑질은 비난받아 마땅하나 그것보다 더 큰 가치를 역설한다. 시장을 산책하며 (혈연은 아니지만) 엄마와 아들이 시원하게 대놓고 트림을 만끽하는 장면에서 통쾌하게 느껴졌다. 보통 일본인이 공공장소에서 절대 하지 않는 금기된 의식의 해방이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녹아있다.

이 영화는 사회 양극화의 단면과 함께 일본만의 특수성을 보여준다. 성이 고도로 산업화된 나라의 변태적 면모는 일면 치부가 드러나 계면적기도 한데, 결국 그 이면에는 인간의 고독, 고립감을 첨예하게 드러낸다. 유리격벽과도 같은 사회, 표면적으로는 이타적이나 속으론 철저히 개인화된 고립. 사람의 체온을 느끼는 일은 그 어느 말 한마디 보다 더 즉각적이다. 주인공 내외의 베드씬은 그러면에서 감동적이고 아름다웠다. 너무나 사실적인 후찌근한 피부가 너무 에로틱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 영화의 옥의 티는 경찰에게 가족의 실체가 발각된 이후의 연출이 좀 지루했다. 히로카즈 감독의 전매특허?인 인물 인터뷰 형식의 전개가 사건 중심의 묘사에 비해 너무 단편적으로 보였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그 오묘한 눈 빛이 영화의 방점이 되지 않나 싶다. 그 이후론 사족 같은..

현대사회에서 사라진 말이고 보이진 않다라고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계급, 계층에 대한 부락민들의 반란 이었다. 가족이 아니지만 가족은 이런 것이지 하며 서로 품어내는 성품과 고결한 마음이 너무 아름다웠다. 엄마가 딸에게 아빠가 아들에게 소소히 전하는 마음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아무리 돈이 많아 봤자 무얼하랴. 살 부대끼며 같이 살고 고독하지 않게 죽은 할머니가 정말 복 받은 인생이었다. 아무쪼록 어떤 경종을 울리는 영화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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