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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유후인-벳푸

작년 9월 초 부모님의 70 생신 기념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년이 다 되 가는구나. 여행지는 가장 가까운 비행시간인 후쿠오카로 일찌감치 결정했다. 역시나 효도여행 1순위가 후쿠오카 란다. 후쿠오카-유후인-벳푸 코스는 가장 전형적인 북큐슈 여행의 레파토리일게다. 아내와 나 또한 출산후 100일 정도에 지칠대로 지쳐 휴가가 필요했는데, 장인어른 장모님의 아기 맡음의 호혜로 부모님 모시고 가는 여행에 동참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또래에서 유행하는 일본산 게르마늄 목걸이에 기대가 컸고 나는 처음 묵어보는 전통 료칸에 설레였다. 아내는 여행 당일 공항에 도착했을때가 가장 설레인다고 한다. 나는 여행을 설계하면서 숙소를 정할때가 설레이면서 좋다.

처음으로 장기 주차장에 차를 댔다. 정말 큰 주차장인데 거의 만차다. 출국 수속하면서 자동출입국쪽으로 직원이 유인하길래 아내가 덥썩 그쪽으로 이끌었다. 얼떨결에 통과하고 여권에 도장을 찍히지 않는걸 알고 나서 아내에게 툴툴거렸다. 여권의 공백에 도장 찍히는 맛도 여행의 즐거움 중의 하나인데, 여하튼 난 뭐든지 수작업이 좋다.

면세품 인도 장소에 올라가서 충격을 받았다. 이런 떼거지 난리통. 중국인들이 싹쓸이 점유하고 있고 곳곳에 널부러져 비닐을 해체하며 어마어마한 비닐 쓰레기를 양산했다. 이런거 어떻게 개선이 안 될까. 왜 과도한 비닐 포장을 하는 걸까. 그린피스에라도 제보를 해야 할까. 그 엑소더스에서 빠져나오면서 절레절레 혀를 내두르게 된다.

비행기의 엔진 소음은 팔팔하진 않았지만 내가 앉은 좌측 창가는 착륙 전까지 정말 훌륭한 경치를 제공했다. 남한땅의 서에서 동남으로 관통하며 부산을 조망했다. 대마도를 넘어 고도를 낮춰 후쿠오카 시내를 저공으로 비행하며 활주로를 맞이하기 위해 좌측으로 선회했다. 대관람차를 타고 내려보는 뷰가 펼쳐졌다. 후쿠오카시는 공항과의 접근성이 매우 좋다. 시간 지체없이 바로 택시에 탔고 25분 정도 달려 텐진에 위치한 호텔에 도착했다. 요금은 3만원 중반 정도 였던듯.

부킹닷컴에서의 사진

아기자기한 색상과 나무로 된 마루가 마음에 드는 호텔이었다. 이 날 오후는 날씨가 무척 좋았다. 잠깐 쉬다가 저녁을 먹으로 요시즈카 우나기야로 향했다. 구글맵으로 도보 10~15분 거리였다. 산책하듯 걸어서 도착하니 유명 맛집 답게 대기표에 이름을 올리고 한 30분을 기다려 앉았다. 현지인, 관광객, 남녀노소 따질거 없이 문전성시였다.

장어의 조각이 몇개냐에 따라 가격이 차등되었다. 그리고 밥위에 장어가 올라가느냐. 사진처럼 따로 나오냐에 따라 명칭이 달랐다. 매우 맛있지만 먹다보면 느끼해서 위 사진속 양이 적당했다. 맥주 한잔 곁들이면 딱 좋다. 똑같이 네개를 주문하고 금액은 10만원 살짝 넘었다. 상당히 비싼 가격이지만 한번은 먹어볼 가치는 있다고 본다. 뭔가 장인적인 전통의 아우라가 서려있다고나 할까.

걸어서 캐널시티로 갔지만 쇼핑할 것도 아니고 해서 초입에서 발길을 돌렸다. 일본의 상점에 들어오면 무척 갑갑하다. 좁고 뺵뺵하고 사람 많고, 동키호테가 대표적으로 그렇고 빅 카메라 같은 데도 오래 있지 못하겠다. 돈키호테에서 뭔가 한 보따리 를 사, 세금 면제를 받고 나오니 진이 쪽 빠진다. 이런 축소 지향적인 곳에선 제명에 못 살거 같단 느낌이 든다.

일찍 일어나 조깅을 했다. 흐린 하늘 회색톤의 도시, 아직 깨지 않은 도시의 침착함에 음기가 서려있다. 일본에 올 때 마다 느낀 침울한 공기다. 오호리 공원을 향해서 뛰다 걷다 했다. 공원이 커서 초입에서 발길을 돌렸다. 한적하고 큰 호수가 있는 공원이어서 번화가 보다 좋아 보인다. 다시 오게 된다면 숙박을 공원 남단 근처로 하면 좋을 듯 싶다. 하지만 후쿠오카는 그다지 큰 인상을 주진 못했다.

호텔의 조식이 참 좋았다. 일식과 양식이 동시에 정갈했다. 식성이 까다로운 아버지에게 명란젓은 치트키였다. 부모님에게 일본이 여행으로 좋은 이유는 입맛이 맛기 때문이다. 일전에 부모님과 베트남 쌀국수나 인도 커리 전문점 에베레스트를 갔었는데 각각 특유의 향에 적응을 못 하셨었다. 다양한 식도락 보다는 평생 박힌 식성의 관성이 엄청 크다는 걸 느꼈다.

유후인으로 가기 위해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예약한 렌트카 사무실은 걸어서 3분 거리에 있었다. 초반에 긴장을 좀 하면 일본에서의 운전은 금방 적응된다.

도시를 벗어나 닥터 비케이 게르마늄 목걸이를 사기 위해 도시 외곽 한적한 곳에 있는 면세점에 들렸다. 넓직한 주차장에 덩그러니 창고 같은 큰 건물이 한동 있는데 건물 외관에 추성훈의 광고 사진 아니었으면 헛탕 치고 갈 뻔 했다. 목걸이의 효능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앞서지만 아무래도 심리적 효과가 큰 것 같다.

유후인으로 가는 길에 들른 다자이후텐만궁 학문의 신을 모신 사당이란다. 전형적인 관광지 인파가 북적대는 곳이다. 교토를 가본 사람은 시시하고, 일본이 처음인 사람은 올 만한 곳이다. 입장료가 없어서 그나마 수긍되는 곳.

유후인 까지 고속도로를 이용했는데 고속도로에 차가 너무 없어서 기이했다. 가뜩이나 흐린 날씨에 어둑어둑한 비가 흩뿌렸다.  터널에서 성급한 거북이 처럼 뒤집혀진 사고난 차량을 보았고 (수습중인) 한 시간여를 달려 조그만 시골 마을에 도착했다. 첫 료칸 체험은 카에데노쇼자. 방에 개별 노천 온천이 있고, 식사를 방에 갔다주는 전통 료칸이었다. 노천 온탕에서 수차례 들락날락 하니 털뽑힌 위생닭 같아졌다. 식사를 부모님 방에서 같이 했는데 코스요리여서 직원들이 4인분의 식사를 연실 나르는게 수고스러워 보였다. 음식마다 설명을 곁들이면서 눈과 귀로 감상하며 맛을 음미했다.

맛있고 배부르게 먹었는데 사진은 부실하게 찍혔다. 배부르고 비 맞으며 온천을 즐기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밤이 되니 적막이 으스스하게 느껴졌다. 호텔보다는 보안이 취약하단 생각이 들었다. 만약 괴한이 작정하고 칩입한다면 속수무책일수도 있겠단 생각에 밤잠이 쉬이 안 들었다. 확실히 호텔하고는 느낌이 다르다. 산소 무라타 같은 곳은 좀 다를래나. 료칸은 좋긴 하지만 가격이 가격인지라 한번의 체험만으로도 족한듯 싶다. 가이세키 요리 보다는 한 상 차림이 더 좋다.

조식을 먹고 킨린코 호수로 산책을 나왔다. 얕은 물의 인공 호수 였다. 유후인 역까지 작은 골목에 상점들이 즐비했다. 유럽은 로마를 보면 다른 도시 들이 다 시시하다고 하는데 일본 같은 경우는 교토를 보면 다른 곳의 일본적 색채가 다 시시해 보이는 것 같다. (도쿄나 오사카의 대도시 풍경은 별개로)

체크 아웃 하고 차에 타서 네비에 목적지를 설정하느라 바로 출발하지 못했는데. 서비스했던 직원이 비를 맞으며 차가 사라질 때까지 인사하고 있단걸 모퉁이를 돌 때 알았다. 미안한 마음과 동시에 굳이 그렇게 까지,, 친절이 과한것도 료칸 문화의 일부가 아닌가 싶다.

벳푸로 넘어가는 이날의 일정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비오는 스산한 산길을 넘어 지옥 온천을 구경했다. 한국사람들 진짜 많다. 일대가 전부 온천의 수증기로 안개를 이룬다. 건물들 곳곳의 기둥에서 수증기 연기가 하늘로 뿜는다. 이런 땅위에 관광하고 있다는게 신기하다. 언젠가 영화 ‘사일런스’를 본 기억이 난다. 큐슈에 온 서양의 선교사들은 이렇게 뜨거운 온천물에 고문을 당하며 죽어갔었던 이야기. 종교적 믿음에 관한 좋은 영화였다.

호텔 체크인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그사이 무사 마을을 둘러보고 오면 딱 좋았을 걸, 마트랑 쇼핑몰 구경하며 시간을 조금은 의미없게 보냈다. 현지 사람구경이라고 치면 되겠지만 항상 설계를 잘 했던 내게 아내는 타박을 주었다.

비오는 고즈넉한 무사마을은 관광지라기 보다 그냥 전통가옥 주택지 였다. 날씨가 안 좋으니 여행의 흥이 나질 않았다. 가뜩이나 일본같이 음기운이 많고 가라앉은 분위기는 당췌 적응이 되질 않는다. 사람에 따라 운치있게 볼 수 있는 곳이긴 하나 대중교통으로 올 만한 곳인지는 잘 모르겠다. 렌트카라면 잠시 둘러봐도 좋을 듯 하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바다보며 검은 모래 찜질 하는데도 들렸으나 성수기가 지나 폐장한 듯 했다. 호텔 근처 스시 맛집에서 저녁을 먹고 아내와 나는 벳푸역까지 걸으며 교토를 회상했다. 처음으로 에어비앤비 숙박 경험도 나름 추억이긴 했다.

다음날은 날이 맑았다. 해가 뜨니 남도의 뜨거움이 물씬 느껴졌다. 호텔앞 해변을 산책했고, 근처의 유명한 빵집에 들렸다. 오래된 빵집엔 아침부터 현지인들이 빵 사러 들락거렸다.

호텔 조식을 빠방하게 먹고 느긋하게 쉬다, 다시 후쿠오카로 출발했다. 공항으로 바로 가기전 들를데가 있었다. 바로 이곳. 누운 거대한 불상이 있는 절. 남장원. 사진에 사람이 없어 크기 비교가 되지 않지만 되게 크다.

여기까지 오는데 고속도로를 안 타고 로컬 길로 왔다. 고속도로 요금이 비싸  화물차들이 죄다 국도로 다니는 듯 했다. 유후인으로 갈 때 고속도로에 차가 별로 없었던 이유를 알았다. 시간 여유가 없어서 이 곳은 정말 인증샷만 찍고 나왔다. 유후인 료칸 이후로 여행 계획이 영 탐탁치 않았다. 그래도 별 사고 없이 렌트카 잘 반납했고, 아버지는 내심 고민했던. 동호회 지인들의 선물을 공항 면세점에서 막바지에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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