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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바인

최근에 콜럼바인 이란 책을 보았다. 1999년 4월 미국 콜로라도의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을 다룬 보고서 같은 형식의 두꺼운 책이다. 작년에 ‘나는 가해자의 엄마 입니다’ 를 읽었다. 내가 이것에 관심있는 이유는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럼바인’과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영화 ‘엘리펀트’의 관람이 건넨 의문들 이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왜 그런 일을 벌였을까?”콜럼바인에 관련한 모든 저작물은 이런 단순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어떤 것도 이것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후 일어난 더 큰 총기 난사 사건이 있음에도 콜럼바인의 상징성과 인간성에 대한 충격과 의문은 우리 마음에 깊은 회의를 남긴다.

책 ‘나는 가해자의 엄마 입니다’는 두명의 범인중 (에릭과 딜런) 딜런의 엄마 ‘수 크레볼드’가 쓴 수기다. 시간이 지나 그녀가 어떤 고통 속에서 살아왔는지 심경을 토로하면서도 아들의 성장 과정을 엄마의 시각에서 들려준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본다 해도 엄마는 엄마일뿐. 아들의 속속들이는 모를 일이다. 딜런이 자살 충동과 우울증을 앓는 다는 사실을 부모는 전혀 몰랐다. 딜런은 좋은 부모와 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자신의 어두운 면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딜런은 수동적이고 마음이 여린 아이 같았다. 하지만 그 억눌린 화가. 간혹 폭발되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딜런은 전혀 그런 일을 할 아이 같아 보이진 않는다. 반면 에릭은 철두철미한 아이였다. 좀 더 객관적인 사건 자료에 기초한 책 ‘콜럼바인’에선 에릭은 확실히 소이오패스 혹은 사이코패스라고 말 할 수 있다. 철저하게 자신의 계획을 위해서 인내하고 목표에 집중했다. 원래 그들은 자가제조 폭탄으로 학교 식당을 중심으로 폭발시키려 했다. 만약 계획이 성공했다면 200명 이상의 희생자가 생겼을 거라 한다. 폭발 후 건물을 뛰쳐나오는 사람들을 쏘기 위해 총을 준비한 것인데, 폭발이 실패하자 그들은 건물로 들어가 총질을 한 것이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는 이 사건 과는 연관은 없지만 아이가 성장과정에서 부모. 특히 엄마와의 관계가 어땠을까. 란 의문과 심증을 드러내 보인다. 원치 않는 아기를 가졌고, 육아 과정에서 특정한 행위가 아이에게 큰 상처로 남겼기 때문이지 아닐까 하는 판단. 하지만 모두 다 타당한 의심 일 뿐이다.

세기말적 분위기. 나인 인치 네일스의 음악과 퍼포펀스는 자학적인 파멸의 이미지를 물씬 풍긴다. 음악, 영화, 게임, 등의. 미디어가 내뿜는 사악한 영향이 문제 였을까. 마를린 맨슨에게 일정 부분 비난의 화살이 돌아갔다. 그것이 어불성설이라고는 단정하지 못하겠다. 왜냐면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시절에 미디어의 자극이 중독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면 도덕적 정체성에 혼란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그들은 둠 이라는 게임을 즐겼고 뒷뜰에 나가 종종 사격을 했다. 나인 인치 네일스의 기괴한 뮤직비디오에 도취했다. 콜럼바인 고등학교는 10대들의 차별과 억울함을 방관했다. 에릭과 딜런은 소외된 예민한 아이들 이었고 분노를 키운채 복수를 꿈꿨다. 10대의 자기파괴정서가 학교를 매개로 폭발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책에서 딜런의 집을 묘사하는 부분이 있는데, 사방이 바위로 둘러쌓인 되게 독특한 집 이었다. 동양인의 입장에서 무심코 풍수지리가 섬세한 딜런에게 영향을 미쳤나 하는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유투브에서 이런저런 관련 영상을 보던 중. 딜런의 집이라고 하는 사진이 있는데, 과연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것보다 더 기괴했다. 댓글 중에도 나같은 의견을 피력하는 것도 있었다. 오죽하면 풍수지리설 까지 나왔겠나. 그만큼 이 사건은 인간에 관한 선과 악의 오리무중을 탐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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