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위스키 중에서 잭 다니엘을 가장 좋아한다. 중학교 때 좋아했던 하드 록 밴드 건스 앤 로지스의 앨범 유즈 유어 일루젼 앨범의 북클릿 사진을 보면 슬래쉬가 말보로 담배를 꼽아물고 잭 다니엘 병을 들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이 이미지는 그대로 나의 욕망에 저장되었고, 머지 않아 말보로 담배를 피워 보고 속이 울렁울렁 토할 뻔 했다. 어지러운데 다리 힘이 풀리고 메스꺼운데 기분이 좋아 지는걸 보면 담배는 소프트 마약이 맞는 것 같다. 그 뒤에 내성이 생겨 처음 담배의 느낌을 모를 뿐이지. 잭 다니엘은 아마도 대학교 때 홍대 앞 호 바 같은데서 잭콕으로도 먹고 스트레이트로도 마셨던 기억이 난다. 달달하고 맛있는 위스키였다. 대표적인게 사각 병에. 블랙 라벨의 올드 넘버 7. 슬래쉬가 들고 있던 바로 그 술.
미국 위스키는 켄터키 주의 버번 위스키로 통칭할 수 있는데 버번 위스키로 부를 수 있는 기준이 있다. 51%이상의 옥수수가 쓰여야 하고, 새로 만든 오크통을 써야 하며, 40도 이상의 도수..등등등. 잭 다니엘은 테네시 주에서 생산된다. 버번 위스키 보다는 테네시 위스키로 더 통칭된다. 그리고 보통의 버번 위스키와의 차이점은 증류된 스피릿을 참숯에 여과 시키는 과정이 있다.
개인적으로 짐빔, J&B,등 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스카치 위스키에 비하면 다양한 향이 부족하지만 달달하고 부드러운 맛이 괜찮다. 이 싱글 배럴 셀렉트는 말 그대로 하나의 오크통에서 병입한 것을 말한다. 병 모양만 보아도 좀 더 고급 버전 이긴 한데 첫 향을 맡았을 때 아세톤 향이 확 올라왔다. 처음 병을 따면 어떤 술이던 알코올 향이 확 올라오는데 이것의 첫 느낌은 그리 좋지 못했다. 알콜 도수는 45도. 40도의 보통의 위스키 보다는 체감 도수가 더 쎄다. 색도 진하고 묵직한 바디감 인데 첫 느낌은 비호감 이었다. 스트레이트로 몇 번을 마실 때 마다 공업적인 향 때문에 거부감이 들었다. 조금 익숙해 질 무렵, 물을 조금 타서 먹어보니 갇혀 있던 향이 확 터지면서 그제서야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과일향이나 산뜻한 풀향 보다는 캬라멜, 견과류, 곡류의 향이 진하다. 보통의 잭 다니엘 보다는 좀 더 고급지게 터프하다. 80년대 하드록을 감상하며 즐기면 딱 좋을 술. 마시다 보면 맥켈란 같은 스페이사이드 스카치 위스키가 땡긴다.
면세점에서 할인 받아서 4만원 가량에 산 것 치곤, 개성이 확실하다. 그러나 다시 잭 다니엘을 산다면 보통의 블랙 라벨을 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