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짬을 내어 1987을 챙겨 본게 참 멀게도 느껴졌다. 오래간만에 들른 극장에서 상영이 끝나가고 있는 이 영화를 골랐다. 이미 검증된 영화 였지만 일본영화의 원작을 본 나로써는 한국판은 어떻게 만들었는지 무척 궁금했다. 거기다가 임순례 감독이지 않은가. 오랫만의 영화관 나들이는 대 성공이었다. 안 봤으면 후회했을 정도로.
우선 영화가 무척 예쁘다. 배우 김태리는 물론 화면의 모든게 이쁘다. 계절의 빛과 공기가 그대로 영상으로 전해진다. 이 것 만으로도 영화의 즐거움은 보장된다. 사계의 흐름에 따른 자연경관의 변화는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우리에게 시골생활의 대리경험을 선사한다. 일본영화는 요리에 많은 부분이 치중해 있었다면, 이 영화는 요리 보다 인물에 더 촛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일면 그래 보인다 해도 두 영화의 뼈대는 요리의 과정을 보여주며 우리 인생의 먹고 사는일에 중심을 둔다. 다만 일본영화가 좀 더 세세하고 정갈한 호홉으로 요리 장면을 보여준다. 여기서는 좀 더 감각적인 템포로 연출된다.
각자의 영화가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이 영화는 이야기가 강해졌다. 주인공의 사연. 엄마와의 관계. 친구들과의 우애가 플래시백을 넘나들며 참 훈훈하게 그려진다. 배우들은 이 과정을 너무 자연스럽게 녹아냈다. 혹자는 일본영화의 심심하고 단아한 멋에 이 영화의 방향에 실망 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내 경우는 이 영화가 좀 더 좋았다. 영화의 기승전 으로 가면서 엄마의 편지가 이 영화의 주제를 말해주는 지극히 한국적인 대중영화의 공식이래도 자연스런 연출과 연기의 힘이 컸다.
눈과 마음이 정화되는 대리체험으로써 너무 좋았다. 이젠 극장에 가는게 손에 꼽을 정도니 더욱 소중한 시간이었다. 봄이다. 무엇을 해 먹을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