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처음 몰트 위스키를 마셔본게 이 일본의 타케츠루 17년 이었다. 퓨어 몰트 라고 말하는데 정확히는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다. 증류소 두 곳의 원액을 섞어서 만든. 첫번째 일본 여행을 앞두고 일본에서 사올만한 물건이 뭐 있을까 궁금하던 차에 인터넷 커뮤니티 에서는 일본 위스키를 적극 추천했다. 2014년 겨울 쯤 공항 면세점에서 타케츠루 17년 두병을 7000엔에 샀다. 한병에 3500엔. 한 병은 내가 마셨고 한 병은 선물로 건네졌다.
처음 시음했을때 좀 놀랬다. 위스키의 가격으로 그 품질을 예상하는 상식에 큰 균열을 가져왔다. 3만원대의 위스키가 이 정도라니. 과연 가성비 갑 이라는 칭송을 들을만 했다. 지인들이랑 나눠 마시면서 다들 흡족해 했고 나는 그날 얼큰하게 취해 휘청거렸다. 이 위스키는 통크게 훌렁 마셔 제꼈다. 디테일한 기억 보다는 묵직한 향이 혀에 감기며 피니쉬의 여운까지도 고급스러움을 자랑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때가 그립다. 그 이후로 이 위스키는 시장에 씨가 말랐고 가격이 급등했다. 일본 위시키의 아버지 타케츠루의 일대기를 드라마로 방영을 했고, 세계 위스키 품평회에서 수상을 하며 그 인기가 치솟자 이젠 너무 비싸졌다. 작년 후쿠오카 돈키호테에서 우연히 본 가격은 3만엔 이었다. 10배가 뛴 가격. 아쉬움이 짙게 드리운다. 그 때가 마지막 타이밍 이었구나.
일본 위스키는 위스키의 종주국 아일랜드. 위스키의 성지 스코틀랜드. 버번 위스키의 고향 미국. 그리고 캐나다와 함께 이젠 5대 위스키 생산국의 지위에 올라섰다. 다 이 타케츠루란 사람이 일궈낸 업적이다. 이 사람의 일대기를 듣자하니, 세계대전때 제로센 전투기를 만들었던 사람이 일대기가 생각났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제목이 아마도 ‘바람이 분다’. 전쟁 무기를 만든 사람을 미화했다 하여 논란이 있었다. 여하튼 타케츠루란 사람은 좋게 말하면 위스키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지만. 결국 산업 스파이 짓이 아니었나 싶다. 제작된 드라마가 어떤지 궁금하다. 홋카이도를 여행한다면 꼭 이 니카 증류소를 방문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