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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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피딕 18

가장 유명한 스카치 싱글 몰트 위스키 글렌피딕은 그 유명세 만큼이나 훌륭했다. 역시나 세간의 평가가 틀리진 않는다. 복잡한 맛이 위스키의 매력이다. 복잡하다는 것은 딱히 이건 초코렛 향이다 라고 단언 할 수 없는 다채로운 맛과 향이 농축되 있어 오묘한 느낌을 받는다. 역시나 첫 느낌은 은은한 초코렛 향이다. 수줍게 발렌타인 데이에 교회 오빠에게 초코렛을 건네는 소녀의 손에 배인 초코렛 향 처럼 사랑스럽다. 새벽녘 동이 트는 스코틀랜드 계곡의 오두막에 아침을 짓는 나무를 태우는 훈연 향이 뒤 따른다. 게일어로 글렌은 계곡을 뜻하고 피딕은 사슴 이란 말 이란다. 깊은 계곡, 사슴, 청정한 숲의 물이 떠오른다.

입안을 적시는 액체의 질감이 부드럽다. 꿀과 사과향의 달달함이 지배하더니 혀 끝을 알싸하니 매운 느낌으로 변한다. 목을 넘기면서부터는 뒤끝에서 올라오는 휘발성 알코올의 여운이 식도를 타고 올라온다. 알콜 도수 40도 여서 스트레이트로 즐기기에 그리 부담되지 않는다. 45도 도수의 위스키는 훨씬 강렬한 느낌이다. 첫 모금이 입안의 침으로 코팅되어 부드러운 여운을 안겨주지만 두 번째 모금 부터는 좀 더 직접적으로 위스키의 강인함이 전해진다. 피트감으로 불리는 이탄 태운 향이 본격적으로 두드러진다.

간혹 저녁 무렵의 지방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느 농가의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냄새가 아득한 유년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밥을 짓는 엄마가 곧 ‘누구야~ 밥먹어~’ 라고 어디선가 울려 퍼진 그 때의 스모키 향은 향수를 불러온다. 불을 바라보고 그 냄새를 맡는 일은 우리에게 원초적인 자연을 체감케 한다. 스모키향이 배인 위스키는 근원적 감각을 일깨운다. 과거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우리는 이 찰나 살아있음. 물과 바람 그리고 세월이 빚어낸 술의 오묘함은 어쩔 땐 쓰다가도 달기도 하는 극과 극이 양면해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삶과 생명의 정수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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