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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지난 여름이 어떻게 갔는지 추억에 묻기도 전에 겨울이 닥쳤다. 출생후 100일이 어떻게 갔는지 지난 여름은 알고 있다. 바로 더위와의 전쟁. 수면 부족. 만성피로. 덕분에 망한 나라의 인플레이션 만큼 치솟던 체중은 기세가 꺽였다. 마이너스 3Kg. 하지만 운동 부족으로 뱃살은 늘어나고 몰골은 피폐해진다. 왜 어른들이 하루라도 젊을때 애 낳아서 기르라는지 알것도 같다. 힘에 부치기 때문이다. 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서의 육아란 정말 고되다. 그렇지만 심신의 힘듦 이상의 희열이 집안을 감돈다. 방그르르 웃는 아기의 모습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 가득하다. 곤히 자는 아기의 얼굴엔 평화로운 축복이 서렸다. 아기를 키우는 일은 삶의 희생이 아니라 축제였다. 오늘 168일째가 되는 아기를 돌보며 나는 우리 부모의 심정을 되새긴다. 나를 키우면서 이렇게 기쁘고 힘들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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