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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건강한 아들이 태어났다. 지난 6월 17일 토요일 오후 4시 26분. 양호(태명)의 첫 울음소리를 들었을때 형용할수 없는 감정이 일었다. 그 감정을 쉬이 설명하거나 묘사할 수 없다. 이것은 직접 체험해본 사람만이 아는 성질의 감격이다. 그저 뜨거운 것이 뭉클하게 눈을 달궜다.

내일 이면 벌써 태어난지 4주가 된다. 한달. 처음 2주간은 비무장지대같은 평화와 긴장이 공존하는 산후조리원에서 바뀔 삶의 전초를 관망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하나의 선을 넘었다는 걸 실감했다. 아빠가 되었구나. 잠을 푹 못 자는구나. 트림시키느라 팔이 내 팔이 아니구나. 등등등. 이미 부모가 된 선배들이 말했던 현실이 도래했다.

뭐가 불편한지 자지러지게 우는 아들을 겪으며 그 울음의 신호를 배워나갔다. 보통 네가지 범주에서 그 울음은 해결이 된다. 1.배고픔.2.기저귀.3.잠투정.4.트림 부족으로 속 더부룩함. 이 범주에서 해결되지 못한 어떤 날은 지치기 시작한다. 아기의 울음은 울음이 아니라 의사 표현인데, 그걸 캐취 못한 부모의 심정은 사색이 되어간다.

나는 평소에 감각이 예민하고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똥기저귀 갈 때, 나는 심히 기분이 좋다. 아기가 건강한 변을 보고 새 기저귀의 깨끗함으로 기분이 좋을때, 나또한 기쁘다. 입안의 밥을 오물오물 씹으면서도 기저귀 가는 손놀림은 경쾌하다. 몇초 만에 총기 분해 소지 하듯 착착착. 수차례 아기의 오줌을 맞아 보니까 이렇게 되더라.

이름을 드디어 결정했고 출생등록을 마쳤다. 배한율. 나는 선배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배태랑 이란 이름을 마음에 들어 했으나, 집안의 반대로 작명소에 의뢰해서 받은 이름중에 선택했다. 배산들. 배우리. 도 생각했던 이름이었지만, 사주팔자와 오행의 상생.상극 등등 이것 저것 따지고 보니, 역시 한율이 타당했다.

잠이 부족한 아내와 나는 아들이 좀 더 푹 자기를 희망한다. 천사처럼 곤히 자다가 무언의 갈구가 폭발할땐, 아.. 나는 내가 아닌 것이다. 무아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겨우 조금 알겠다. 불임부부들의 고통을. 자식가진 부모의 마음을.

아기를 가진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쁨이 크다.  이전에는 유투브가 시간 도둑 이었다면. 지금은 잠자는 아들 모습 보는게 중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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