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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상화원

일요일 아침은 반음 풀어둔 기타줄의 텐션과 비슷하다. 울림은 깊고 소리는 부드럽다. 아랫배에  힘을 꽉 주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다. 새벽에 가까운 시간에 일어나는 것을 좋아한다. 창밖의 어스름이 걷히고 사이언 색감이 농후한 거리를 내려다 본다. 모두가 무장해제된 시간에 습관처럼 노트북을 킬까. 책을 펼칠까. 잠시 고민해 본다. 잠시 웹 브라우저를 열어 보기로, 간밤에 세상은 안녕하셨는가가 궁금하다.

대번에 포탈사이트 일면에 소개된 죽도 상화원의 포스팅을 보았다. 작은 섬 전체가 하나의 공원으로 이루어졌단다. 듣도보지 못한 관광지 였지만 오호 이런데도 다 있었네 하는 발견의 기쁨이 컸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우연히 이곳의 소개를 보니 필연적으로 이곳을 가야될 것만 같았다. 마침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모처럼 날씨가 환상적으로 좋았다. 올림픽 대로에 나서니 시정이 좋아 북한산이 선명했다. 오늘 같은 날은 어디를 가도 5월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으리라. 도로는 막힘없이 고속을 유지했다. 우리는 2시간 여 만에 대천 IC에서 빠져 대천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드넓은 해안가에 서서 바닷바람을 맞고 파도소리를 들으니 작은 반도 나라의 이점이 이런것이 아니겠나 란 생각이 들었다. 하루여행으로 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은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 사는 사람들이 부러워 할 만 한 것이 틀림없다.

땡볕, 하지만 아직 공기는 습하지 않아서 좋다. 다시 남쪽 무창포 방향으로 오분 정도 방조제길을 달려 짧은 다리를 건너 죽도에 들어섰다. 길가에 주차된 차들을 비집고 들어서니 바로 상화원으로 들어가는 문을 한 남자가 안내한다. 상화원 대문이 열리고 옆지기는 내려서 표를 사고 나는 경내의 주차장에 차를 댔다. 입장료는 인당 6000원 이었고, 영수증을 들고 정면에 있는 오래된 한옥에 가면 커피와 떡을 제공했다.

정오 무렵, 아직은 관람객들이 많았지만, 오후가 될 수록 산책 루트는 호젓해 졌다. 듣던대로 섬 자체가 잘 꾸며진 하나의 정원이었다. 이곳의 백미는 1.6키로 정도 이어진 지붕있는 해안 산책로 이기도 하지만, 가운데 자리한 한옥 군락이었다. 내부가 모두 개방되어 있고, 정수기와 티백 차가 비치되어 있어 오래된 한옥의 운치와 함께. 차를 마시고 바다 풍경을 내다 볼 수 있다. 어느 멋진 카페도 이렇게 좋을 수 없을 정도로..

길게 이어진 지붕있는 산책로는 비올 때 더욱 운치가 있을 것 같다. 마치 일본 교토의 어느 정원에서 본 것 같은 아기자기함이 떠오른다. 뭔가 정비안된 구석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너무 훌륭하다고 생각된다. 모두 개방된 한옥의 운치 이것만으로도 좋았다.

다시 남쪽으로 오분정도 달리면 무창포 해수욕장이 나온다. 대학교 1학년때 엠티로 온 적이 있지만 기억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거즘 20년 전 이라.

보령 맛집을 검색하여 허벌 냉면집에서 늦은 점심으로 물냉면과 갈비탕을 먹었다. 헛개나무와 벌나무로 우려냈다는 육수는 맥콜을 섞은 듯한 맛이 났다. 국민학교 때 소풍을 생각나게 하는 맥콜. 이 냉면 육수 맛은 참으로 오래된 추억을 소환하게 한다. 실로 이상했던 선생들 까지도 문득 문득.

오후의 햇살을 맞으며 고속 주행 했다. 막 어두어진 후 집에 도착했다. 5월의 괜찮은 하루 여행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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