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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악산

새로운 산을 발견하고 체험하는 과정은 즐겁다. 그 산이 기대 이상으로 명산이었고 날씨까지 환상적 이었다면 만족은 배가된다. 길을 나서는 일에 네비게이션의 역할은 항상 딜레마다. 원치 않은 과정과 결과들에 분노가 일더라도 어쨌든 자포자기로 목적지에 도착한다. 예상했던 목적지 포인트와는 다른 곳에 도착했다. 안내 루트를 보아하니 여기서 에둘러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파주에서 더 내륙으로 들어가 있는, 휴전선과 그리 멀지 않은 남한의 최북단에 속한 산 이었다. 일산에서 내륙 도로를 타고 한 시간여 만에 도착했다. 임진강을 끼고 있는 한량한 풍경은 이곳이 분단과 멀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준다. 나는 오히려 이 한량함이 좋았다. 아직은 훼손에 덜 탄듯한 모습.

슈가빌이란 펜션이 산길 초입을 지킨다. 2층 목조 건물의 원통형 구조가 내부를 상상하게 했다. 양갈레의 둘레길을 뚫고 정상으로 가는 길의 완만한 능선을 탔다. 산골마을로 들어서면서 본 산의 아기자기하고 부드러운 모양새 만큼이나 비교적 편한 능선길의 연속이었다. 신선한 초록이 빛을 받아 경쾌한 발걸음을 부채질 하였다. 북쪽에서 부는 선선한 공기는 5월을 앞둔 한 낮의 공기를 식혔다. 아직은 산 모기가 없지만 산 날벌레들이 내가 뱉는 이산화탄소에 환장한다. 이것만 아니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덕분에 발걸음은 빠르고 날렵했다. 모처럼의 맑은 공기는 피로를 날려버렸다. 릴랙스 함은 그동안의 어깨 결림을 완화시켰다.

오래지 않아 탁 트인 전망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주된 산길로 올라오는 많은 산악회 사람들이 왁자기껄했다. 곧 정상에 도착했고 이 산의 옥의 티라면 북쪽으로 군부대 시설과 통신탑이 상주해 있는 점이다. DMZ 넘어 북한땅도 보이는 듯 하다. 따듯한 태양아래서 쑥떡 하나를 먹고 임꺽정 봉에서 하늘과 대지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내려오는 길도 편했다. 올라온 길과는 다른 루트로 내려왔고 법륜사에서 출렁다리 이전에 둘레길로 빠졌다. 주차한 차까지 가는 길은 호적한 산길 이었지만 거리가 매우 길었다. 오랜만에 등산다운 산행이라 다리가 뻐근했다. 등산을 하고 나면 저축하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산밥을 먹어서 별로 배고프지도 않다. 완벽한 날씨와 함께 기분좋은 피곤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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