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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단상

엊그제 비오는 일요일 저녁 일산 킨텍스에서 YB 밴드의 공연을 보고 나서, 기록하지 않았지만 기억에 남아 있는 공연들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의 감상평을 써 놓는게 더 잊기 전에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평소에 윤도현은 좋음과 싫음이 100과 0사이라면 30~40정도에 머무르는 별 관심없는 연예인 이었다. 하지만 음악인으로서의 YB 밴드는 록을 고수하는 올곧은 면이 좋게 보였고, 다른 멤버들이 마음에 들었다. 또 반면에 자우림은 김윤아는 좋은데. 기타 이선균 말고 나머지 멤버는 싫고. 밴드니까 멤버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 오히려 보컬 편중이 심한 우리나라에선 각각의 악기 파트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는게 좋은 팬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YB 밴드의 공연은 무척 좋았다. 사운드는 흠잡을데 없고, 남녀노소 그들의 꽉찬 연주에 잘한다 란 반응을 내보였다. 곡이 끝날때마다 내 옆의 중년 아줌도 잘한다고 되새겼고, 어느 세살배기 여자아이는 시끄럽다고 얼굴을 찌푸릴만한데도 신나서 방방뛰었다. PA 음향의 밸런스가 너무 좋았다. 기타 사운드가 묻히지 않고 자글자글 뻗어 나왔다. 윤도현의 배킹 기타까지 기타파트가 무려 3대 인대도 조화로웠다. 펄잼의 라이브가 이런 사운드가 아닐까 하는 상상이 되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해외 진출을 모색하며 활동했는데 아직은 별다른 성과는 없다고 한다. 곧 새로 나올 영어 음반의 곡들은 헤비했다. 그것이 미국에서 먹힐지는 모르겠다. 그들이 잘해도 시대가 시대인지라. 아무튼 대단히 훌륭한 록 사운드는 어떤 쾌감이 있다.

마흔 즈음에. 는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채환의 1인 모노드라마 뮤직컬이다. 김광석을 무척이나 동경한 한 남자의 음악 여정을 스스로 1인극으로 얘기해주며 김광석의 노래와 본인 노래 몇곡을 채워부르는 콘서트 드라마 라고 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무려 천사백여회의 공연을 이어 나가고 있는, 그야말로 김광석의 못다한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뮤지션 이었다. 그가 부르는 김광석의 노래는 음색이며 창법이 너무 똑같아서 살아생전 김광석의 공연이 저랬겠구나란 상상이 기분을 묘하게 만들었다. 김광석 노래를 최대한 김광석 답게 부르는 것은 당연하나 본인의 몇몇 곡에서조차도 너무나 김광석스러운 면은 아쉬웠다. 그리고 노래의 가장 핵심인 가사와 멜로디를 아우르는 가창력은 너무 좋았으나. 음악의 다른 부분인 리듬 부분이 빈약해서 아쉬웠다. 통기타의 반주는 작은 배경 음악 수준이었기 때문에 어깨에 그루브가 생긴다거나 발이 박자에 맞춰 저절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공연의 횟수 만큼 능숙한 진행에 관객들은 즐거워 했고, 김광석의 명곡에 흠뻑 젖어 나올수 있었다.

뮤지컬 아이다. 뮤지컬을 별로 본적도 없고,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내 취향만 고집할 순 없는 법. 별 기대없다가 행여나 뮤지컬의 매력에 빠지게 될지도 몰라 하는 약간의 희망을 기대하며 관람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시했다. 내가 조금 기대했던 무대 미술과 의상은 기대보다 조악했다. 내용이 뻔한 것은 둘째치고. 눈요기 거리가 별로였다. 무대의 깊이감이 아쉬웠다. 무대의 깊이를 이용해 평면적인 배경을 극복했어야 하는 노력이 미흡해 보였다. 관람을 하기 몇일 전 우연히 미스 사이공 공연 필름을 보았는데, 무대 연출이 엄청 좋았고, 이런 스펙터클 때문에 사람들이 뮤지컬을 좋아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다는 라이센스 뮤지컬 이어서 인지 심히 소박했다.

좌석은 다 매진되었고. 아랫층엔 표값도 비쌀텐데 이 정도의 공연에 그런 돈을 쓴다는게 나로썬 이해되지 않았다. 차라리 클래식 음악 공연이 훨씬 나아 보인다.

작년 여름에 지산 록 페스티발 에서의 레드 핫 칠리 페퍼스 공연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내게 더이상 존 프루시안테 없는 레드핫~ 은 아무것도 아님을 확실히 증명해줬다. 유투브에서의 최근 공연 모습만 봐도 후임 기타리스트의 연주는 뭔가 알맹이 없는 맥 빠진 연주였고, 기타의 볼륨이 묻힌다고 느꼈는데. 지산에서 본 라이브는 그 문제가 더 심각했다. 그들의 음향팀이 일을 제대로 안 하고 있는듯하다. 레드핫~ 이야 워낙 베이스 기타가 밴드의 중심이고. 리듬 파트가 지구상 최고의 연주력을 가진 집단인데 그 리듬의 완성은 존 프루시안테만이 할 수 있는 듯 보인다. 존재감 없는 기타 소리도 문제지만 조쉬 클링호퍼의 연주는 정말 욕 나오게 겉돈다. 대니 캘리포니아의 솔로 연주는 일말의 기대마저 저버렸다. 그들의 새노래는 지루했다. 공연히 진행될 수록. 나처럼 뒤로 빠지는 사람들이 늘었다. 결국 뒤에서 보다가. 공연히 다 끝나기 전에 차 빼러 이동했다. 지산은 이런 록 페스티벌 하기에는 맞지 않는 장소라 생각된다. 주차 문제와 진입로는 해결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존 프루시안테의 솔로 음반에 탐닉하게 되었다. 2002년 나는 왜..

LET IT BE 뮤지컬. 세종문화회관에서 영국의 오리지널 팀이 이틀에 걸쳐 공연했었다. 최고였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60년대로 돌아가 비틀즈의 공연을 보는 듯한 착각에 황홀했다. 뮤지컬 이라기 보다 라이브 콘서트에 가까워서 오히려 나는 좋았지만, 뮤지컬을 기대했던 사람은 줄창 노래만 연주하는 공연에 실망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기록영상이 설명을 대신하고, 비틀즈가 무명때 캐번클럽에서 연주했던 시절 부터 마지막 앨범 애비 로드 까지의 곡들을 빼곡히 연주해줬다. 그 당시..악기.기타.의상.말투. 완벽한 카피 밴드가 들려주는 비틀즈 노래는 정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더 감동인것은 실제 비틀즈는 1966년 이후로 공연을 하지 않았는데, 그 후기 비틀즈 명곡들을 연주한다는 것 이었다. 그 중에 압권은 역시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의 기타 솔로.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트 클럽 때의 의상과 무대는 뮤지컬 스럽게 연출되었다. 대단히 만족스런 공연 이었다. 이 공연은 보고 또 봐도 만족스러울 공연이었다. 한 30곡 정도 불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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