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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Maui

신혼여행을 하와이로 갔다. 알로하! 하와이. 언제나 설레이고 기분 좋은 단어 이다. 꿈꾸던 일을 회상하니 인생이 한깟 장자의 호접몽의 말마따나 내가 하와이 나비가 된 꿈을 꾼 것인지 나비 꿈에 사람이 된 내가 나온 것인지, 피아의 구분이 없어진 지점에서 또다시 꿈을 꾼다. 언젠가 다시 오리라. 다짐하며 꿈같던 행적을 추억한다. 일주일간의 여행은 왠지 시차 적응과 긴장의 급격한 해소 등등, 완벽한 환경 변화와 더불어 정신이 나비처럼 부유했다. 팔랑팔랑 달콤한 첫날밤의 노곤함을 꿀 같은 시간으로 채웠다.

사실 내가 꿈꿨던 신혼여행은 안나푸르나 트레킹 같은 여행 허니문 이었다. 김어준씨의 책을 읽고 든 생각이었다. 신혼여행의 백미는 인생의 달콤쌉싸름한 길을 미리 맛보는 것이라고.. 현실을 벗어난 달콤한 휴양 뿐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출발선에서 생의 이상과 의미를 찾고자 하는 여행을 원했다. 그러나 당연히 나의 이상은 관철되지 않았다. 그냥 마음속 이상이 일축되어도 이런 상상을 하는것이 즐거웠다. 전세계 어디로든 우리는 갈 수 있었고 함께 했다. 장소나 방식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연을 같이 맛 보기 위해 하와이를 택했다.

신혼여행지도 일종의 유행이 있다. 하와이 이전에 칸쿤과 크로아티아가 선호 되었었고,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하와이는 언제나 신혼여행의 성지 같은 곳이다. 따듯한 기후 탓이 크다. 건기와 우기가 있다지만 태평양 한 복판의 무역풍은 언제나 싱그러운 태양을 가져다 주리라는 희망이 샘 솟는다.

여행의 시작은 항공권과 숙박을 검색하면서이다. 여행사 패키지와 비교해 보면서 여행의 설계도를 그린다. 전세계에서도 쏜꼽히는 여행지는 비싸다. 스위스가 그렇다 하고 하와이도 마찬가지다. 물론 하와이도 저렴한 숙소는 많지만 신혼여행을 도마뱀 출몰하는 민박집에서 할 순 없지 않은가.(이 문장은내 솔직한 마음은 아님) 최고급 호텔에 대한 애증이 샘솟았다. 호기심과 설레임이 이 때 한번 가보는 거지, 라는 자기 합리화로 귀결되었다. 그리고 옆지기의 항공권은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여행사 패키지의 적당해 보이는 호텔에서 눈을 높였다.

호텔을 정하기 위해선 우선 여행 일정을 잡아야 했다. 하와이는 여러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를 말하는데, 제일 큰 섬인 하와이 (빅) 아일랜드. 그 다음으로  마우이. 오하후. 카우아이. 몰로카이. 라나이로 이루어져 있고, 보통 호놀룰루 공항과 와이키키 해변이 있는 오하후를 기점으로 마우이 섬과 빅 아일랜드를 많이 찾는다. 여행 기간이 2주 라면 대표 세 곳의 섬을 볼 수 있겠지만 일주일은 두개의 섬도 빡빡하다. 우리는 호놀룰루 공항에 내리자 마자 30분 비행거리의 마우이 섬에서 3박을 하고 오하후로 돌아와 3박 후에 돌아오는 일정을 선택했다. 그 반대도 많이들 하고, 오하후 – 빅 아일랜드 도 가능하나, 빅 아일랜드는 땅이 커서 이동 시간이 길다고 한다.

처음 여행지의 지도를 보는 순간 내가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는 설레임과 두려움을 불러온다. 여행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부딪히는게 맞다고 본다. 예측할 수 없는 우연에 내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신혼여행은 예산이,, 예산인지라. 계획과 선택에 더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지도를 보다 보면 현재와 미래가 뒤섞이고, 돌아온 후에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엮여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며 훗 날을 기약한다. 제일 좋은 여행은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의 2번째 방문 일 듯 싶다. 그러면 설레임, 추억, 디테일을 다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언제나 그래보나. 이렇게 가보지 못한 곳도 많은데. 분명 하와이는 다시 방문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최고급 호텔 리조트인 포시즌 마우이에 3박을 하는건 아무래도 과한거 같아서. 1박만 하고 첫날 둘째날은 카아나팔리 비치의 쉐라톤 리조트에 묵었다. 바로 앞 해변이 블랙 록 이라는 스노클링 장소로 유명한 관광 포인트 이다. 공항을 벗어나 렌트카 업체 셔틀을 타고 사무소에 들려 예약한 차를 받는 모든 과정은 이땅에 대한 첫 기억으로 다시 생각하니 아직도 생생하다. 산뜻한 알로하~ 음성과 함께 투명한 햇빛과 함께 강한 바람이 우리를 맞이했다. 지프에 올라타니 시야가 높고 프레임 바디의 강성이 느껴진다. 알라모 렌터카 회사의 주차장에는 지프와. 머스탱, 카마로가 수두룩 했다. 여행객들이 이런 차를 많이 렌트하는 듯, 도로에 나가보니 이또한 널렸다.

이국적인 풍경으로 내달리는 차창사이로 햇빛과 바람이 쏟아진다. 머나먼 태평양 한 복판의 환상의 섬, 하와이. 우리가 왔다. 싱그럽고 나른한 태양과 함께 낭만적인 분위기가 물씬이었다. 이래서 다들 하와이 하와이 하는가 보다. 겨울을 뒤로하고 여름으로 돌아온 기분도, 열시간여만에 완벽히 새로운 환경에 당도한 느낌도, 이것이 신혼여행이라는 환상아닌 현실이 하와이를 몽환적 아름다움으로 채우게 했다.

쉐라톤은 카아나팔리 비치의 맨 끝에 위치해 있다. 체크인을 하고 샤워를 하고 해변을 나가 보았다. 저녁이 다가오고 있었고 하와이 원주민이 횃등불에 불을 놓는 작은 퍼포먼스가 있었다. 블랙록에 올라가 어떤 제의식을 했다. 이 횃등이 무척 마음에 든다. 오하후의 와이키키 거리에도 이 횃불이 도시 야경의 상징적인 요소였는데, 하와이의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준다. 일본 교토의 밤거리도 묘한 조명 분위기가 그 도시의 정체성을 말해주고 있었는데, 나는 서울도 종로나 명동의 빽빽한 네온간판 뿐만 아니라 주요 도로 곳곳에 연등 조명을 항시 한다면 서울 야경의 정체성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것은 꼭 불교의 제의를 보여주기보단 전통적 이미지를 차용한 것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촛불 조명을 활용해 촛불 문화의 나라 라는 것을 알리는 것도 좋다고 본다. 여하튼 불의 이미지는 공간을 아름답게 만들고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

저녁으로 리조트 안의 식당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햄버거와 맥주를 먹었다. 어둑해지는 하늘과 바람. 하루가 지나가지만 첫날이었다. 심신의 완벽한 평화가 도래했고 시간도 더디게 흘러가며 우리의 편 이었다. 깊은 밤 이었다. 유난히 밝은 달빛을 보며 내일을 상상했다.

나처럼 아침 잠이 없는 사람은 호텔에서의 조식을 먹는 기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식사후에 하늘은 급격히 정오의 태양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매우 뜨거운 태양이라 썬블락은 필수이지만 나는 원체 하얀 피부여서 햇빛을 신경 안 쓰다가 억지로 쳐발라졌다. 오늘 가볼 데는 북쪽의 카팔루아 지역과 아래쪽의 라하이나 라는 오래된 항구 마을.

또 하나의 고급 리조트 리츠 칼튼 호텔 앞 해변에서 해수욕을 했다. 어제도 느낀 바 이지만 바닷물이 따듯하다. 몸을 움츠릴 냉기가 하나도 없이 포근하게 몸을 감싼다. 파도에 말려들어 물속에서 몇 바퀴 굴렀더니 서핑을 배우기도 전에 나는 글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을 하긴 하지만 물이 무섭다. 여기서 어떠한 액티비티도 계획이 없다. 오직 스노클링 하나만 가져왔는데 이 조차도 바다 거북이 한 번 본 걸로 만족했다. 이런 바람이 분다면 다른 어떤 활동도 필요없다고, 그 자체로 완벽했다.

북쪽으로 난 길 끝까지 가 보았다. 해변의 낭떨어지를 끼고 꼬불꼬불 길이 이어졌고 비포장 도로가 외길로 이어지면서 더 가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2007년에 처음 가보았던 우도가 연상됐다. 작년 초에 다시 가본 우도는 더이상 내가 본 그곳이 아니었다. 너무 화가 날 정도로 개발의 열풍이 천혜의 섬을 망쳐놨다. 이어서 라하이나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여기는 오래된 항구 마을이고 상점들이 밀집해 있다. 부바 검프 쉬림프 란 유명한 식당은 역시 한 번 와 본 걸로 만족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 나온 모양인데 이런 곳은 어딜가나 다 똑같은 듯. 점심이 부실해 이른 저녁으로 먹은 치즈버거 인 파라다이스 햄버거는 꽤 맛 있었다.

라하이나 에서 석양이 지는 걸 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직도 노을이 아쉬운듯 하늘은 오렌지 빛을 오래 동안 머금었다.

리조트 안에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하와이 전통 음악이 흘러 나온다. 알록달록 꽃무늬 옷들이 전혀 튀지 않는다. 어두운 모래사장에 누워 하늘의 별을 바라 보았다. 국자 모양 밖에 모르겠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별을 잊고 사는 존재들 이었다. 현실이 각박하니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상상과 희망은 사치였다. 무수한 별을 볼 때 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어야지 라고 말한다. 그러면 별을 보며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가장 행복한 거지는 하와이의 거지 일 것이다. 하늘을 텐트 삼아 자도 전혀 문제 없을 기온이다. 낮동안의 열기가 차분해 지는 밤 이었다.

다음날 동틀 무렵에 스노클링을 하러 나왔다. 시커먼 바다 거북이를 보았는데 새벽부터 얜 뭐야? 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 구역의 주인은 내가 아니었다. 생각보다 커서 조우하기 무서웠다. 내가 무인도에 표류한다면 로빈슨 크루소 처럼 잡아먹겠지만 야생의 본능은 지금 티끌도 없다. 생각해보면 대양의 바다를 앞에 두고 너무 몸을 사렸다. 물에 대한 공포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아침을 먹고 쉬다가 체크 아웃 하고 눈에 담아 두기 위하여 리조트 곳곳을 아쉬운 마음으로 찍었다. 기억은 사진을 통해 더 선명해 지는 법이니까. 그날의 태양, 공기를 다시 환기 시킨다.

라하이나를 거쳐 와일레아 지역으로 내려가면서 본 해변은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관광객이 아닌 지역 주민 들이 일광욕을 하는 곳 인 듯 한 평화로움이 가득했다. 지척이 대양에 맞닿아 있는 이런 자연의 선물을 우리는 너무 경이롭게 바라본다. 흑동고래라도 봤다면 더욱 까무라칠뻔 했다.

마우이 에서의 두번째 호텔에 체크인 하기전에 조금 더 남단에 있는 마케나 공원에 있는 해변을 찾았다. 빅 비치 옆에 리틀 비치가 있는데 얼핏 듣기로 이곳은 누드 비치라고 한다. 여길 가봐야겠다는 확고한 의지없이 빅 비치에 도착하니 뜨거운 햇빛과 너무 큰 모래사장은 걷기가 힘들었다. 빅 비치 북쪽 끝까지 걸어갔으면 등성이 넘어 바로 나오는데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여기까지 왔는데 말이다.

드디어 가장 고급 호텔 리조트인 포시즌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마자 돌과 하와이 꽃으로 만들어진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뭐 이런걸 다. 이런거 다 필요없고 무료 업그레이드나 해주지. 이런 환대가 뜻 밖이라 어리둥절 했다. 왓 어 호텔이란 에이전시를 통해 예약을 했기 때문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 가능했고 허니문 이라 조금은 좋은 뷰의 방을 준 거 같긴 한데 왠지 아쉬웠다. 어차피 하루 묵는 거래서, 이 방 에 대한 기억이 가장 없다. 화장실이 꽤 넓고 고급스러웠는데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다. 왜 그랬을까.

이 근처 와일레아 쇼핑몰에 호텔 서비스 차를 이용해 갔다. 럭셔리 가게들이 많다. 뭐 이런 장난감 플라스틱 같은 나무가 다 있지.

여기선 본격적으로 팁 주는게 일반화 되었다. 몸에 배지 않은 일이라 어색했다. 방까지 안내한 직원은 한국 골프 선수들이 많이 묵었다고 하는데, 이 주변이 골프장 지역이라 자꾸 골프 치느냐. 골프 선수 누구 아느냐 물어보았지만 시큰둥하게 반응 할 수 밖에 없었다. 럭셔리 하고는 어울리지 않은 나는 뭐 별거 아니네 그냥 호텔이잖아 했지만 이 날 저녁 호텔 안 레스토랑에서는 왠지 어색한 긴장이 흘렀다. 너무 비싼 식사였기 때문에 정신이 바짝 차려졌다. 내 앞 테이블에 보이는 올드 레이디 처럼 최대한 우아하게, 음식도 맛 있었지만 조명의 분위기가 비싼 값어치를 여실히 했다.

해변이 너무 어두운 것 같아 해변 산책을 포기하고 풀장에서 놀았다.

다음날 할레아칼라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3시에는 출발할 요령으로 일찍 정리하고 쉬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여기는 첫째날이나 둘째날에 갔어야 했다. 제일 좋은 리조트에서는 그냥 안에서 쉬는게 비싼 값어치를 하는게 맞는거 같다. 해돋이를 보는건 하와이 여행 중에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이긴 했지만 그에 따른 피로와 여유가 없어진 시간들이 야속했다. 덤으로 옆지기의 냉랭한 기류까지, 컴컴한 밤에 차로 올라가는 산은 더 멀게 느껴졌다. 2시간 넘게 달린거 같다. 올라갈수록. 길은 갈지자 코스이고 자욱한 안개비가 흩뿌렸다. 여길 오려고 두꺼운 파카도 준비했다. 그래도 추웠고 옆지기는 점점 뿔이 나고 있었고, 나는 그것도 모른채 별 이며, 일몰의 순간들을 정신없이 찍고 있었다. 자연의 대상에 너무 정신 팔려 추위에 벌벌 떠는 가장 가까운 존재를 못 챙긴것이 싸움의 발단이었다. 오하후로 이동해 와이키키 해변을 걸으면서도 냉랭했는데 밤에 극적으로 서운한 감정을 해소했다.

또 한참을 달려 숙소에 도착하여 조식을 먹고 짐을 꾸렸다. 단 하루라 포시즌에서의 기억은 별로 안 남는다. 화장실이 넓고 좋다. 정도. 다음에 마우이를 오게 된다면 포시즌이 있는 와일레아 보다는 바로 윗 동네 키헤이에 숙소를 잡을 것이다. 하와이 로컬 마을이 훨씬 편한 느낌이다. 이런 럭셔리 리조트 보다는 현지인 민박이 훨씬 좋아 보인다. 마우이에서의 3일은 이렇게 마무리 되고 있었다. 카훌루이 공항 가기전에 잠깐 오래된 마을 파이아에 들렸다가 부랴부랴 기름 채우고 렌트카 반납하고 오하후로 가는 비행기를 대기 했다.

다시 호놀룰루 공항에 내려 알라모 렌트카 에서 차를 빌리면서 냉랭했던 옆지기가 빵 터질뻔한 일이 있었는데, 안내 직원에게 알로하~ 라고 인사한다는걸 같은 톤으로 알라모~ 라고 나도 모르게 튀어 나왔나 본데, 그 애의 표정이 심히 이상했다. 야박한 표정이라고 툴툴거리다가 조금 지나서 아! 알아차렸다. 옆지기는 뒤에서 웃음을 꾹 참고 있었던 것이고, 그 표정이 이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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