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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

물에 젖은 초가 지붕 마냥 무겁게 축 쳐져 있던 머리를 파마 했다. 어려서부터 이발소 미용실 가기를 싫어했던 내게 2시간여 동안의 파마는 인내의 시간이었다. 너무 많은 거울과 사람들. 우수꽝스런 도포자락을 휘감고 사람들이 매달려 머리를 끌어당기고 뒤집어씌우고 다른이가 감겨주는 샴푸. 헤어드라이..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거의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다. 흡사 금강역사상을 얹혀 놓은 꼴. 심히 무뚝뚝하다.

미용실 울렁증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해치웠다는 안도감이 든다. 결과야 어찌됐건 몇달은 이렇게 머리에 신경을 안 쓰며 지내게 됐다. 어정쩡한 머리카락에 부시시함을 더하니 부시시함 자체가 스타일이 되어 편하다는게 파마의 장점이다. 미용 파마 라기 보다 아줌마들이 한동안 파마를 안 하기 위한, 말 그대로 퍼머넌트 가 됐다. 미용사는 내 말을 따랐고, 머리를 다 말리고 난 후,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계산을 할 때, 같이 왔던 옆지기 한테 ‘머리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라고 물어봤단다.

나는 결과에 대해 크게 연연하지 않는 편이다. 머리야 어짜피 자라고 변화하게 마련이니까. 집에 와서 습관적으로 통기타를 메고 띵가띵가 거리니 옆지기가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었다. 우울할때 보면 효과 직방일 거라고. 이참에 밥 딜런의 블로잉 인 더 윈드를 연습해 봐야겠다. 좋아하는 뮤지션 벡 스타일이라고 항변해 봤자 웃기긴 매한가지인가 보다.

파마를 했을뿐인데 머리가 가벼워진 느낌이다. 그래도 내가 머리털을 관리한다는 기분이 좋아서였을까. 아님 흰머리는 있을지언정 탈모는 아니기 때문일까. 아마도 무언가 작은 변화를 줘서 일 것이다. 미용실을 가기는 끔찍히도 싫지만 스스로 작은 변화를 실행하고 인지 하는 그 순간이 자신에게 주는 작은 선물아닐까. 더불어 가까운 이의 소소한 웃음을 유발하게 했으니 일석이조다. 아니 일석다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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