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나의 심장이 멈추었다. 정확히 언제 그랬는지는 모른다. 어제 그 말을 들었을때 너무 가볍게 귓가에 스치듯 들렸지만 그 말의 무거운 의미가 이내 엄습했다. 아무런 소리나 어떠한 그래픽 흔적이 없었다. 의사의 설명은 길지 않았다. 임신 초기에 흔하게 있는 일이라 마치 지나가는 산들바람이 불어 꽃술에 앉은 꽃가루를 날려버린 일 이란듯 덤덤하게 전했다. 그 바람이 남긴 흔적은 가슴을 핡켰다. 옆지기의 몸과 마음을 핡퀴었다. 오늘 평온하게 주말의 아침을 맞이했지만 고요한 긴장이 서려있었다. 어제 같이 울컥하는건 진정되었다. 영혼이 내려앉기 전 이었을까. 그저 세포 조직에 불과했을까. 그렇다면 왜 멈추었을까. 옆지기의 현실적인 고통을 목도하며 이런 상념은, 그저 다 잘 아물기를 빨리 진정되기를 바랄뿐이었다. 세찬 비를 뚫고 처가집에 왔다.
얼마전 이상한 꿈을 꾸었다. 이빨이 왕창 부서져 입에 한가득히 머물다가 깨었다. 일어나기 직전의 꿈이라 옆지기에게 이런 꿈을 꾸었다고 얘기했다. 꿈 해몽해 보라고 핸드폰을 건넸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꿈이 안좋은 일을 예견한 것이다. 임신이 되기 전에 아버지와 장모님이 태몽을 꾸었었다. 분명히 태몽은 맞긴 한데 뱀이 스쳐지나갔거나, 잡은걸 옆에 사람에게 주었거나. 심지어 옆지기의 어떤꿈은 애를 낳았는데 누군가가 뺏어갔다고 했다. 그럴려고 그랬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무의식의 작용에선 어떤 예정된 경고가 있었나 보다.
짧은 기간동안 나는 부모가 될 중압감을 서서히 이겨내며 좋은 태교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병원가기 전날밤에도 그런 이야기들로 잠자리를 수 놓았다. 처음 임신 사실은 잠자는 와중에 들었다. 그래서 내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나의 화색에는 일말무결의 반기가 아니었을거다. 살아가는 것의 고민이 잠결에 투영되었고 기쁨과 불안이 동시에 공존했을 거다. 그 모든게 잠결의 찌뿌덩한 얼굴에 얼떨결에 드러났다. 그래도 생명을 잉태했다는게 너무나 신기했다. 기쁘고 뿌듯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했고, 병원에 갈 시간을 정했었다.
이제는 과거의 일이 되버린 사건. 아직은 아프다. 그러구 나서 몇일후 오늘. 내 마음이 무너졌다. 병원에 수술후 진료를 보러 가야하는걸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말없이 혼자 다녀온 옆지기를 생각하자니 가슴이 무너졌다. 내 정신은 무엇이냐. 도무지도 이해할 수 없는 하루다.
이번 일의 계기로 생명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를, 아무리 개같은 인간들이 존재한다해도 그 하나하나의 태어남의 결과는 무척 기적적이란 것이다. 생명의 잉태, 배아에서 태아기로의 성장. 그리고 출산. 그 경이로운 과정을 소중히 하고 싶다. 아무쪼록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모든 살아있는 것을 사랑해야겠다.